[올림픽] 빛나는 순간에 시작된 슬럼프…수술도 고려했던 김하윤의 무릎

항저우 AG서 심해진 부상 딛고 파리 올림픽 동메달…후배 이현지 성장도 자극제
(파리(프랑스)=뉴스1) 박정호 기자 = 대한민국 유도대표팀 김하윤 선수가 2일 오후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 드 마르스 아레나에서 진행된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78kg 토너먼트 16강 브라질의 베아트리스 소우자 선수와의 경기를 패배한 후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2024.8.2/뉴스1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동메달리스트 김하윤(24·안산시청)이 이번 대회 전에 가장 빛났던 순간은 지난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었다.

김하윤은 당시 여자 78㎏ 이상급에서 우승해 한국 유도의 사상 첫 아시안게임 '노골드' 참사를 막아줬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김하윤의 슬럼프가 이때부터 시작됐다.

국가대표 소집을 앞두고 다쳤던 왼쪽 무릎이 아시안게임을 치르는 과정에서 상태가 악화한 것이다.

재활 운동과 주사 치료를 병행해야 했고 수술까지 고려해야 했을 정도로 심각했다.

올림픽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김하윤은 수술을 미루고 올림픽 레이스에 집중했다.

그러나 의지가 굳세다고 무릎이 말을 듣는 것은 아니다.

안 그래도 최중량급 선수에겐 무릎에 하중이 많이 실린다. 또 체격이 좋은 외국 선수에게 순발력으로 맞서는 김하윤의 유도에도 치명적인 부상이었다.

지난해 국제대회에서 우승 3차례, 3위 2차례를 거뒀던 김하윤은 올해 5월 세계선수권대회 전까지 4개 대회에서 한 번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여기에 같은 체급 기대주 이현지(남녕고)의 등장이 김하윤에게 추가적인 자극을 줬다.

이현지는 지난 3월 국내대회에서 김하윤에게 한판패를 안기더니 올해 국제대회에서 우승 1차례, 3위 2차례로 활약했다.

4월 김하윤이 탈락한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이현지는 패기롭게 금메달을 거머쥐기도 했다.

자극받은 김하윤은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야간 훈련도 불사하며 담금질에 매진했다.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과 낙천성 덕분일까. 김하윤은 아시아선수권이 끝나고 한 달 뒤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곧바로 동메달 쾌거를 이뤘다.

이때를 기점으로 김하윤은 자신감을 많이 회복하고 파리 올림픽에 대한 도전 의식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2020 도쿄 대회 당시 슬럼프를 겪다 출전권을 놓쳤던 김하윤으로선 이제는 위기에 성숙하게 대처하는 자기 자신을 보며 자신감이 생겼을 듯하다.

김하윤은 당시 체중이 20㎏이나 빠지는 문제를 겪으며 같은 체급 선배인 한미진(충북도청)에게 밀려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의 꿈이 좌절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똑같이 위기가 찾아왔지만, 김하윤의 자세가 달랐다.

그의 좌우명은 '나날을 즐겁게 살자'이다. 김하윤은 오늘 하루 즐겁게 살았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