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열대야에 잠 못 드는 밤… 더 뜨거워진 남서풍 열기 들이닥친다 [날씨+]

7월 전국 평균 열대야일수 8.8일… 역대 최다
피서지 강원영동도 남서풍 탓 극심한 열대야
“장마 끝 더 뜨거워진 남서풍 밤낮 유입 호조건"

2018년은 우리나라 더위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해입니다.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은 올해를 제외하면 폭염일수도, 열대야일수도 가장 많았던 해입니다. 그런데 7월만 놓고 보면 이렇게 더웠던 2018년보다 올해 열대야가 더 많이 발생했습니다. 기상청이 전국적으로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올해 ‘7월 열대야’가 가장 많았습니다. 

 

폭염경보가 발효된 지난달 30일 밤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2·28자유광장 바닥분수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2018년 폭염 발생 현황을 보면 7월에만 전국에 폭염이 평균 15.4일 발생했습니다. 이때를 제외하면 1973년 이후로 7월 폭염일수가 두 자릿수였던 해는 1978년(10.4일)과 1994년(17.7일)뿐입니다. 올해 7월은 전국 폭염일수가 4.3일에 그쳤습니다.

 

이렇게 더웠던 2018년에도 7월 열대야는 전국에 7.1일 발생했습니다. 이도 절대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7월 열대야일수는 2.6일이었고 비가 많이 내렸던 2020년 열대야일수는 0.2일에 불과했습니다. 1991∼2020년 평균인 열대야일수 평년값은 2.7일이고 1973년 이래 열대야일수가 8일을 넘었던 해는 1994년(8.5일)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7월은 1994년, 2018년을 이겼습니다. 야행성 폭우가 많았음에도 전국적으로 열대야가 나타난 날이 평균 8.8일입니다. 3일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는 지난달 15일부터 19일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고 서울은 지난달 21일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13일, 강릉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날 새벽까지 15일 연속으로 열대야가 나타났습니다. 특히 강릉은 최저기온이 지난달 31일 30.4도, 지난 1일 30.0도에 이어 전날은 31.4를 기록할 만큼 밤까지 무더웠습니다. 31.4도는 1911년부터 강릉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최저기온입니다.

 

낮에 지표면과 해수면에 햇볕이 내리쬐며 쌓인 열은 밤에 대기 중으로 다시 발산됩니다. 그런데 밤에 대기 중으로 열이 잘 빠져나가지 못하거나 방출되는 열보다 유입되는 열이 더 많으면 열대야가 발생합니다. 구름이 낮게 깔리면서 땅·바다에서 내보냈던 열이 다시 반사되는 날도 있지만, 올해 열대야가 많았던 주요 원인은 고온다습한 남서풍의 원활한 유입이라고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설명합니다. 빠져나가는 열보다 들어오는 열이 더 많아서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지난달 30일 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열대야를 피해 바닷가로 나온 시민들이 돗자리를 깔고 잠을 자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우 통보관은 “제3호 태풍 개미가 중국으로 향해가던 지난달 중순부터 열대야가 심해졌다”며 “태풍과 함께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들어오면서 밤까지 열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돼 올해 열대야가 많이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강릉처럼 강원영동은 극심한 열대야를 겪고 있습니다. 유난히 강원영동이 심한 이유도 남서풍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남서쪽에서 유입된 바람이 태백산맥을 타고 넘어가면서 습기를 잃고 온도가 올라가는 효과 때문에 기온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여름에 북태평양고기압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장마가 끝난 현재, 북태평양고기압이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이 가장자리를 따라 남서풍 유입도 더 체계화되는 시점입니다. 우 통보관은 “이제 남서풍이 더 체계적으로 잘 들어올 시기”라며 “지난달 중순 열대야 시발점은 3호 태풍 개미의 북상이었지만, 태풍이 사라진 하순부터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세지기 시작하고 남서풍은 더 뜨겁고 원활히 불어들면서 밤낮으로 열기가 유입될 수 있는 호조건”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구온난화가 심해질수록 남서풍 자체가 더 뜨거워질 개연성이 있다”며 “올해도 앞으로 태풍이 또 올 때 더 강한 남서풍 열기가 함께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