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사라고 이런 거 부탁하는 거 싫어요.” (김동연 지사)
“제가 하고 싶어서 했습니다.” (여성 비서관)
“하고 싶어도 이 일(본인 업무)을 해야지, 왜 이 일(컵라면 끓이는 것)을 하고 싶어!” (김동연 지사)
점심을 거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컵라면을 끓여온 비서실 여직원을 다그치는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 컵라면 끓여온 비서실 직원에 격노…“도청 문화 바뀌었으면”
2일 ‘도지사의 격노’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이 영상은 자의로 컵라면 수발을 든 여직원에게 “너무 답답해”라며 호통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여성 경제활동 인구를 늘리는 게 대한민국 경제 미래의 축”이라는 김 지사의 소신을 전달하는 것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돼 하루 만에 ‘좋아요’ 5400개를 넘어섰다. 평소와 달리 누군가를 향해 목소리 높여 화내는 모습과 이어지는 반전이 단박에 누리꾼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영상은 김 지사의 일상을 엿보는 듯한 ‘재미’와 ‘긴장감’, ‘교훈’의 삼박자를 두루 갖추며 도정 홍보의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본격적 정치 행보에 나선 김 지사의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작위적 선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김 지사는 영상 맨 앞에 “바쁜데 왜 이 일(컵라면 끓여오는 것)을 해. 일을 해야지”라며 누군가를 나무라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어 여성 비서관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제가 하고 싶어서 했습니다”라고 답하면서 어떤 상황인지를 가늠케 한다.
김 지사의 호통은 계속된다. “이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어요? 그러지 마”라며 거듭 목소리를 높인 뒤 “나는 지사라고 이런 거 부탁하는 거 싫어요. 우린 그런 룰을 깨자”라고 말한다. “그게 너무 답답해. 경기도청 문화 좀 바뀌었으면 좋겠어”라는 부탁도 잊지 않는다.
이때 화면 하단에는 ‘여직원 단순 업무, 커피 의전 등 금지’라는 자막이 올라온다.
마음을 가라앉힌 김 지사는 “대한민국 미래의 경제 축은 여성 경제활동 인구를 늘리는 것”이라며 “여성인력을 활용하는 게 대한민국 경제 활성화에 첫 번째”라고 강조한다. 또 “지금 우수한 여성 인재들이 유리천장처럼 그렇게 되면 안 된다. 우리 비서실부터 바꾸자”고 제안한다.
이 영상은 ‘코믹’ 요소도 담고 있다. 김 지사가 대화 도중 “미안한데 내가 너무 배가 고파서, 점심을 못 먹어서”라며 나무젓가락으로 컵라면을 ‘흡입하는’ 장면이 가감 없이 전달된 것이다.
해당 영상은 김 지사와 함께 ‘마라톤 회의’에 참석했던 측근 인사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즉석에서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젊은이들이 주로 방문하는 ‘인스타’에 노출하며 호응을 유도했다. 현재 김 지사의 인스타 팔로워는 8만명에 달한다.
◆ “尹 정부의 폭주 도를 넘었다”…SNS 투트랙 공세
누리꾼들은 이튿날인 3일 정오까지 ‘좋아요’ 5413개, ‘댓글’ 375개로 호응했다. “당연한 상식을 보여주셔서 좋다”, “이런 도지사를 원했고 응원하고 있다”, “화를 냈지만 챙겨준 마음에 감사 인사를, 라면 드시는 것으로 마무리했다”는 등 다양한 응원 댓글이 달렸다.
일부 누리꾼은 “억울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어제 사직서를 냈는데 도지사님부터 바뀌면 언젠가 일반 회사들도 바뀌겠지요”, “임신부였던 제게 샌드위치와 커피 심부름시키던 옛 직장 사장이 생각난다”며 과거 경험과 김 지사의 행동을 대비시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말 가평 등 도내 휴양지로 짧은 휴가를 다녀온 김 지사는 휴가 중에도 SNS로 메시지를 전하며 소통 행보를 이어왔다.
“둘째 날 가평에 머물며 윌리엄 영의 소설 ‘오두막’을 단숨에 읽었다”거나 “휴가 마지막 날 파주에서 짜장면 봉사를 했다”는 식이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에는 날 선 비판을 잊지 않았다. 일본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등재와 관련, “누굴 위한 정부인가”라며 개탄했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노동부 장관 임명에 대해선 “인사가 가관”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진숙 방통위원장 임명과 뒤따른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 의결을 두고는 “정부의 폭주가 도를 넘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았다.
김 지사의 공보라인은 정권 비판 등 무거운 내용의 글은 SNS인 페이스북에, 동영상 위주의 가벼운 메시지 전달은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는 투트랙 전달로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