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이 열린 3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앵발리드. 4강전 하나는 한국 선수들 간의 ‘집안싸움’으로 펼쳐졌다. 그 주인공은 여자 양궁 대표팀의 ‘맏언니’ 전훈영(30·인천시청)과 ‘둘째’ 임시현(21·한국체대). 두 선수 중 하나는 금메달이 걸린 결승으로, 또 하나는 동메달 결정전으로 가야하는 잔인한 맞대결이었다.
준결승에 오르는 과정은 전훈영이 더 순조로웠다. 전훈영은 8강에서 튀르키계의 엘리프 고키를 만나 6-2(28-26 28-29 28-25 28-26)로 이겼다. 반면 전날 혼성 단체전에서 김우진과 함께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에 오른 임시현은 8강에서 고전했다. 멕시코의 알레한드라 발렌시아를 상대로 1,2세트에도 동점으로 비긴 뒤 3세트를 27-28로 내주며 2-4로 몰린 것. 그러나 세계랭킹 1위인 임시현의 저력은 강했다. 4세트를 29-28로 잡아내며 4-4 동점을 만든 임시현은 5세트도 29-26으로 잡고 6-4(30-30 27-27 27-28 29-28 29-26)로 승리하며 준결승에 올랐다.
그렇게 성사된 전훈영과 임시현의 준결승 맞대결. 임시현이 그대로 하얀색 상의를 입고나온 반면 전훈영이 어두운색의 상으리로 갈아입고 나왔다. 1세트 첫발은 두 선수 모두 10점을 쐈고, 두 번째 화살은 9점을 꽂으며 팽팽하게 진행됐다. 세 번째 발도 두 선수가 나란히 9점을 쏘면서 28-28로 비기며 1점씩을 나눠가졌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접전의 서막이 올랐다.
2세트 첫 발도 나란히 9점. 약속이라도 한 듯 계속 같은 점수를 쏘던 상황. 이런 양상에 균열을 낸 것은 전훈영이었다. 전훈영이 두 번째 화살에서 10점을 쐈고, 임시현은 8점에 그쳤다. 임시현은 세 번째 화살도 9점에 그친 반면 전훈영은 세 번째 화살에서도 10점으로 완벽한 슈팅을 마치며 29-26으로 승리해 3-1로 리드를 잡아냈다.
3세트에도 임시현은 부진이 계속 됐다. 첫 번째 화살 8점. 전훈영이 9점을 쏘며 한 점을 리드했고, 임시현이 두 번째 화살에서 10점을, 전훈영이 9점을 쏘 18-18 동점. 세 번째 화살에서 승부가 갈리는 상황에서 임시현이 9점을 쏘자 전훈영이 9점을 쏘며 27-27 동점을 이뤘다. 1점씩을 나눠가지면서 여전히 전훈영의 4-2 리드는 계속 됐다. 임시현은 4세트를 내줄 경우 패배가 확정되는 벼랑 끝에 몰렸다.
물러설 곳 없는 임시현이 첫 번째 화살을 10점에 명중시켰다. 전훈영은 9점. 두 번째는 두 선수 나란히 9점. 임시현은 세 번째 화살을 10점에 꽂으며 전훈영의 세 번째 화살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전훈영의 세 번째 화살이 8점에 그치면서 임시현이 29-27로 승리해 4-4 동점을 만들어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갔다.
결승 진출이 갈린 5세트. 임시현의 첫 발이 9점에 꽂혔고, 전훈영이 10점을 쏘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에 질세라 임시현도 두 번째 발을 10점에 꽂았고, 전훈영이 9점을 꽂아 18-18 동점. 마지막 세 번째 화살에서 승부가 갈리는 상황에서 임시현이 10점을 꽂으며 강심장을 자랑했고, 전훈영의 화살이 8점에 맞아 임시현의 29-27 승리가 결정됐다. 승부가 끝나자마자 두 선수는 얼싸안았고, 손을 맞잡고 관중들에게 인사하며 명승부를 마무리했다.
여자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에서 금메달 2개를 거머쥔 임시현은 역대 두 번째 올림픽 양궁 3관왕에 도전할 기회를 얻게 됐다. 혼성전이 도입된 2020 도쿄의 안산(광주은행)이 지금까지는 유일한 올림픽 양궁 3관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