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이 열린 3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앵발리드. 금메달을 가리는 결승전은 한국 선수들 간의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 매치로 펼쳐졌다. 그 주인공은 여자 양궁 대표팀의 둘째 임시현(21·한국체대)과 막내 남수현(19·순천시청). 임시현이 이길 경우 2020 도쿄의 안산(광주은행)에 이어 하계 올림픽 역사상 두 번째 3관왕이 탄생하고, 남수현이 승리하면 상욱(펜싱), 김우진, 임시현(이상 양궁)에 이어 파리 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네 번째 2관왕이 탄생할 수 있었다.
결승까지 오르는 길은 3관왕에 도전하는 임시현이 더 험난했다. 8강에서 알레한드라 발렌시아(멕시코)를 만나 3세트까지 2-4로 몰렸던 임시현은 4,5세트를 따내며 6-4 승리를 거뒀다. 4강전도 비슷했다. 대표팀 ‘맏언니’ 전훈영(30·인천시청)을 상대로 만난 임시현은 3세트까지 2-4로 밀렸으나 4,5세트를 내리 잡아내는 괴력을 발휘하며 6-4 역전승을 거뒀다. 반면 남수현은 4강에서 리사 바벨린(프랑스)을 상대로 6-0 압승을 거두며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랭킹 라운드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한 임시현과 남수현 간의 결승 맞대결.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다.
임시현의 1세트 첫발은 10점. 남수현 역시 엑스텐으로 10점을 꽂으며 응수했다. 두 선수 두 번째 화살은 9점을 꽂으며 18-18 동점. 세 번째 화살 역시 임시현과 남수현 모두 10점을 꽂으면서 29-29로 1세트를 마쳐 1점씩을 나눠가졌다.
2세트. 임시현이 9점을 먼저 쐈고, 남수현도 9점을 쐈다. 두 번째 화살에서 임시현이 10점을 쐈는데 남수현이 7점을 쏘면서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임시현은 세 번째 화살도 10점을 쏘면서 승리를 확정지었고, 남수현은 패배가 결정됐지만, 세 번째 화살을 10점을 쏘며 3세트를 위한 감을 조율했다. 29-26으로 임시현이 승리해 3-1로 앞서나갔다.
3세트부턴 리드당하고 있는 남수현부터 화살을 쐈다. 남수현은 첫 발을 10점을 꽂으며 2세트 7점의 아쉬움을 달랬다. 이에 질세라 임시현도 10점으로 응수했다. 남수현이 두 번째 화살을 9점을 쏜 가운데, 임시현의 집중력은 점점 올라갔다. 두 번째 화살마저 10점에 꽂으며 1점의 리드를 잡았다. 남수현이 세 번째 화살을 8점을 쏘며 흔들린 가운데 임시현은 마지막 화살마저 10점을 꽂아 30-27로 또 다시 승리하며 세트 스코어를 5-1로 크게 벌렸다. 임시현은 4세트를 비기기만 해도 금메달을 따낼 수 있는 절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임시현의 금메달이 확정될 수도 있는 4세트. 남수현은 첫 발을 10점을 쏘며 승부를 5세트로 끌고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임시현은 강했다. 10점으로 응수하며 승부를 4세트에서 끝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남수현이 두 번째 발을 10점, 임시현이 두 번째 화살을 9점에 꽂으며 다소 여유를 잡았다. 남수현은 세 번째 화살마저 10점으로 꽂으며 임시현의 세 번째 화살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임시현의 세 번째 화살은 10점이었다. 남수현이 30-29로 잡아내면서 세트 스코어는 5-3. 여전히 임시현이 절대 유리하지만, 남수현의 역전 가능성도 여전히 있었다.
5세트. 남수현의 첫 발이 8점으로 흔들렸다. 비기기만 해도 금메달이 확정되는 임시현은 가차없이 10점을 쏘며 주도권을 잡아냈다. 남수현이 두 번째 화살로 10점을 쏘고, 임시현이 8점을 쏘면서 18-18 동점. 남수현이 세 번째 화살을 8점으로 쏜 반면 임시현이 마지막 화살을 10점에 ‘금빛 명중’하면서 승부는 7-3으로 끝났다. 임시현의 하계 올림픽 역사상 두 번째 3관왕 등극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앞서 열린 동메달 결정전에서 전훈영은 프랑스의 리사 바벨린에게 4-6으로 패해 한국 선수들의 금,은,동 싹쓸이는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