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그린다는 것은 대상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감각을 실현한다는 것이다.”(폴 세잔)
작가 이효연은 스웨덴 왕립예술원에서의 유학 경험을 살려, 인간의 내면과 공간의 정서가 교감하는 북유럽 회화의 특징을 포착해낸다.
스웨덴에서 이방인으로 살았던 기간 동안, 그는 숲 거닐기를 즐겼다. 숲에서 작가는 열대의 야자수, 사막의 선인장, 극지방의 침엽수가 공존하면서 현실의 법칙을 뛰어넘는 풍경을 상상했다. 이후 무수한 생명체들이 풍부한 색채 안에서 생동하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모호해진 풍경 작업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숲의 여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키우던 식물, 책, 그림 등 일상의 오브제들을 각자의 이야기를 품은 생명체로 여기고, 평범했던 생활 공간을 생명력이 깃든 ‘실내의 숲’으로 ‘집’을 전환한다.
“최근에는 스톤더스트라는 재료를 활용하기도 하는데, 특유의 마티에르와 차분하고 깊은 발색이 느껴지는 특징이 있어요. 작품 속 자연의 일부를 섞는 과정은 마치 숲을 걷던 흙 묻은 신발이 실내외를 자유롭게 오가듯, ‘숲’과 ‘집’을 연결 짓는 의미를 갖기도 해요.”
녹음이 짙어지는 8월, ‘숲’과 ‘집’을 배경으로 이국적인 회화 작업을 펼쳐온 이효연의 개인전이 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더 트리니티 앳 그랜드 하얏트 서울(대표 박소정)에서 ‘Collecting Scenery’(풍경채집)이란 문패를 내걸고 관객을 반긴다.
“이효연의 작품 안에는 함께 공존할 수 없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모아져 있는데, 저마다의 피사체를 보고 있으면 이내 고요한 몰입감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라엘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작가가 캔버스 위에 채집한 신비롭고 다정한 풍경 속으로 들어가, (관객의) 서정성을 깨우는 마법 같은 이야기를 수집해보시라”고 조언한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단, 오후 4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브레이크 타임이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