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생기고 냄새…판자촌엔 찜통더위에도 연탄 필요해요"

한여름 '필수품'이지만 6∼8월엔 후원 뚝…"지원 절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전원마을. 체감온도 33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무색하게 골목 곳곳에 새까만 연탄이 쌓여 있었다.

비닐하우스와 판잣집이 대부분인 전원마을은 열악한 시설 탓에 덥고 습하면 장판·벽지가 주름지고 벌레가 꼬이는데, 이럴 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연탄이다. 장마철의 필수품인 셈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전원마을 골목에 쌓여 있는 연탄들. 연합뉴스

주민 엄복남(90)씨는 "비가 올 때 연탄을 안 때면 오만 벌레가 다 기어들어 오고 냄새나서 살 수가 없다"고 했다. 최병학(88)씨는 "연탄이 없으면 방에 물기가 차 눅눅하고 벌레가 생긴다"고 토로했다.



이런 이유에서 한여름 전원마을 주민들에게는 에어컨 이상으로 연탄이 소중하다고 한다.

전원마을 66개 가구는 매년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연탄은행으로부터 받은 연탄으로 일 년을 난다. 주민 대부분이 하위소득 노인에게 주어지는 30만원 안팎의 기초연금으로만 생활하기 때문이다.

연탄은행은 매년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정기적으로 연탄을 지원하는데 전원마을 주민들은 5월쯤이면 연탄이 동이 나 추가 지원을 요청하곤 한다. 연탄은행은 지난 5월에도 이 마을에 1가구당 연탄 200장을 추가로 지원했다.

문제는 이상기후로 비가 잦아진 탓에 이전보다 연탄이 더 많이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최씨는 "올해는 비가 한꺼번에 많이 오고 장마가 길어져 작년보다 더 자주 (연탄을) 땠다"며 "예전보다 2∼3배는 더 들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꼭 습도 탓이 아니더라도 고령인 주민들은 고관절이나 무릎 통증 등으로 연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3∼4년 전 고관절 수술을 받았다는 엄씨는 "바닥이 따뜻하지 않으면 욱신거려서 잠을 잘 수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원마을 주민 엄복남(90)씨 보일러실 모습. 연합뉴스

엄씨는 "겨울에는 하루 8장, 여름에는 하루 4장을 쓰는데 부족할 때가 많다"며 "지금도 연탄이 빨리 타지 않게 바람 들어오는 구멍을 막아서 아껴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름에도 연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많지 않아 연탄 후원은 4월부터 급격히 줄어든다.

지난해 연탄은행 월별 연탄 후원량을 살펴보면 6월이 1만200장으로 가장 적었고 8월(1만3천60장)과 7월(1만4천658장)이 뒤를 이었다.

1년 총 연탄 후원량은 402만7천535장, 한 달 평균 약 33만5천600장으로 여름 세 달(6∼8월)을 합쳐도 한 달 평균 후원량의 11% 수준이다.

6, 7, 8월 각각의 후원량은 후원이 가장 많은 12월(168만6천151장)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전원마을 주민자치회장 이순자(78)씨는 "겨울에 준 연탄으로 여름까지 버텨야 하지만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쯤 되면 모자란 곳들이 생긴다"며 "여름에도 연탄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