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전원마을. 체감온도 33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무색하게 골목 곳곳에 새까만 연탄이 쌓여 있었다.
비닐하우스와 판잣집이 대부분인 전원마을은 열악한 시설 탓에 덥고 습하면 장판·벽지가 주름지고 벌레가 꼬이는데, 이럴 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연탄이다. 장마철의 필수품인 셈이다.
주민 엄복남(90)씨는 "비가 올 때 연탄을 안 때면 오만 벌레가 다 기어들어 오고 냄새나서 살 수가 없다"고 했다. 최병학(88)씨는 "연탄이 없으면 방에 물기가 차 눅눅하고 벌레가 생긴다"고 토로했다.
엄씨는 "겨울에는 하루 8장, 여름에는 하루 4장을 쓰는데 부족할 때가 많다"며 "지금도 연탄이 빨리 타지 않게 바람 들어오는 구멍을 막아서 아껴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름에도 연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많지 않아 연탄 후원은 4월부터 급격히 줄어든다.
지난해 연탄은행 월별 연탄 후원량을 살펴보면 6월이 1만200장으로 가장 적었고 8월(1만3천60장)과 7월(1만4천658장)이 뒤를 이었다.
1년 총 연탄 후원량은 402만7천535장, 한 달 평균 약 33만5천600장으로 여름 세 달(6∼8월)을 합쳐도 한 달 평균 후원량의 11% 수준이다.
6, 7, 8월 각각의 후원량은 후원이 가장 많은 12월(168만6천151장)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전원마을 주민자치회장 이순자(78)씨는 "겨울에 준 연탄으로 여름까지 버텨야 하지만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쯤 되면 모자란 곳들이 생긴다"며 "여름에도 연탄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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