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 걷던 한국 유도, 파리서 희망의 씨앗 뿌렸다

‘유도 강국’으로 불렸던 한국은 2012 런던 올림픽(금메달 2개∙동메달 1개)을 마지막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은메달 2개∙동메달 1개), 2020 도쿄(은메달 1개∙동메달 2개) 대회 모두 ‘노 골드’에 그쳤고, 메달도 3개 수확에 머물렀다.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혼성단체전 동메달결정전에서 독일을 꺾고 동메달을 따낸 한국 선수들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기에 처했던 한국 유도가 2024 파리 올림픽서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 한국 유도 대표팀은 파리 올림픽 마지막 종목인 유도 혼성단체전에서 값진 동메달을 합작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비록 금빛 매치기는 없었지만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로 이번 대회를 마치는 호성적을 거뒀다. 

 

특히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혼성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을 4-3으로 꺾는 투혼이 빛났다. 2020 도쿄 올림픽부터 신설된 혼성단체전에서 한국이 메달을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돋보인 건 ‘맏형’ 안바울(30∙남양주시청)이었다. 혼성단체전은 남자 3체급(73㎏급, 90㎏급, 90㎏초과급)과 여자 3체급(57㎏급, 70㎏급, 70㎏초과급)이 출전해 승부를 가린다. 각 체급에 개인전 체급이 낮은 선수는 출전할 수 있지만, 높은 체급 선수는 출전할 수 없다. 그런데 대표팀은 한국은 남자 73㎏급엔 출전 선수가 없어 66㎏급인 안바울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안바울이 3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혼성 단체전 패자부활전에서 독일 이고어 반트크를 상대로 경기에서 승리하며 동메달을 확정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뉴시스

안바울은 자신보다 체격 조건이 월등히 뛰어난 선수들을 상대로 저력을 과시했다. 16강 튀르키예전에선 한판승을 거뒀고, 우즈베키스탄과의 패자부활전에선 무려 12분37분 혈투 끝에 상대로부터 지도 3개를 끌어내 승리를 따냈다. 독일과 동메달결정전에서는 재경기까지 포함해 15분을 넘게 상대와 겨루는 투지를 불살랐다. 한국이 3-1로 앞서가던 상황에서 한 체급이 높은 이고어 반트크에 연장 끝에 절반패했지만, 3-3 동점 상황에서 승부를 가르는 재경기에서는 상대가 지도 3개를 받도록 경기를 주도하며 동료들에게 동메달을 안겼다.

 

안바울의 맹활약 속에 한국은 출전한 6명뿐만 아니라 후보 선수 5명까지 대표팀 전원이 시상대에 올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에 뛰지 않은 후보 선수까지 메달을 주는 올림픽 규정 덕분이다. 안바울은 한국 유도 첫 올림픽 3회 연속 메달리스트로 등극했다. 안바울은 2016 리우 대회서 은메달, 2020 도쿄 올림픽 동메달을 수확한 바 있다.

 

허미미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유도 57㎏급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메달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단체전에 앞서 여자 57㎏급 허미미(21∙경북체육회), 남자 100㎏이상급 김민종(23∙양평군청)이 은메달, 남자 81㎏급 이준환(22∙용인대), 여자 78㎏이상급 김하윤(24∙안산시청)이 동메달을 따내는 등 한국은 2000 시드니 대회 이후 24년 만에 유도에서 5개의 메달을 획득해 자존심을 회복했다는 평가다.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앞세워 2028년 펼쳐질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선 끊겼던 유도 금맥을 다시 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