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서부, 말레이시아와의 국경지대인 투아스(Tuas) 지역에선 우리 기술력으로 짓는 총 54만㎡(16만3350평) 규모의 동남아시아 최초 종합철도시험센터(SRTC·Singapore Rail Test Centre) 공사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분야를 GS건설이 책임지고 있는 SRTC는 앞으로 싱가포르 국민의 발이 될 도시철도 차량의 안전·성능을 시험하는 관문 역할을 맡는다.
단순히 차량을 검사할 건물만 짓는 게 아니다. 지난달 25일 찾은 현장에는 도시철도 차량의 최고속도와 내구성 등을 시험할 수 있는 총연장 16.9㎞의 철로와 실제 시민들이 타고 내리는 상황 등도 점검할 수 있는 간이 역사(驛舍)가 있었다. 갯벌 매립으로 조성돼 연약 지반인 이 부지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골프장으로 사용됐으나, 정교한 설계와 시공 관리로 이제는 120년간 침하 문제 없이 사용 가능한 SRTC 공사가 막바지 담금질 중이다.
GS건설만의 기술력은 철로와 건물 등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험 시스템 구축에서 더 빛을 발한다. 현재 싱가포르에서 운영 중인 6개 도시철도 노선 및 2개 신규 노선의 각기 다른 전원공급 방식, 차량 규격, 시스템을 통합해 한 개의 시설에서 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SRTC는 기술적 난도가 높은 공사로 평가받는다.
◆싱가포르 신뢰받은 GS건설
공사비 약 5500억원(6억3950만싱가포르달러) 규모의 SRTC에선 기능별로 총 3개의 테스트 트랙을 통해 차량, 신호, 통신 및 기타 철도 용품을 사용 전 시험할 수 있다. 차량 최고속도 성능을 시험할 총연장 3㎞ 선로 ‘하이 스피드 트랙’(High Speed Track)과 차량 내구성을 테스트할 ‘엔듀런스 트랙’(Endurance Track·3.05㎞), 차량과 각 시스템의 구성 요소 및 이들 간의 연계 호환성을 확인하는 ‘퍼포먼스&인테그레이션 트랙’(Performance & Integration Track·2.82㎞)으로 구성된다.
2020년 5월 공사를 시작해 이제는 공정률 95.61%(지난달 21일 기준)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수주부터 건설까지 모든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은 적기에 제대로 준공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업체를 원했고, 호주 컨소시엄과 GS건설 단 두 업체에만 입찰 자격을 허용했다. 호주 업체와의 경쟁에서 GS건설이 이길 수 있었던 데는 2008년 지사 설립 후 싱가포르 주요 지하철, 빌딩 시공을 거치며 보여준 신뢰와 기술력이 밑바탕이 됐다.
GS건설은 2009년 철도 차량기지(C911) 건설을 시작으로 LTA가 발주한 토목 공사 총 9건을 수주해 약 4조3000억원에 달하는 누적 수주액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GS건설이 2016년 수주한 빌딩형 차량기지 프로젝트(T301)는 세계 최대 규모이며, 공사비가 약 1조7000억원에 달해 LTA에서 발주한 공사 중 공사비 규모로도 역대 최대 규모 프로젝트다. 이외에도 GS건설은 오피스 등 5건의 건축 공사도 현지에서 맡아 진행했다.
입찰 초기 단계부터 한국철도기술연구원(KRRI)과의 민·관 기술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높인 점도 수주 성과를 내는 데 한몫했다고 GS건설 측은 덧붙였다.
◆대내외 어려움에도 ‘적기 준공’
건설 과정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타이트한 공사 기간과 더불어 원자재 수급 문제, 불안정한 연약 지반 해소 등 풀어야 하는 숙제가 많았다. 특히 싱가포르의 주요 취수원 중 하나인 텡아 저수지와 2.8㎞에 이르는 구간이 접해 있는 데다 저수지 위로 철도 교량까지 설치해야 해 시공 자체뿐 아니라 오·탁수 유입 차단 등 환경관리가 중요한 과제였다.
GS건설은 시간당 2500t의 흙탕물을 처리할 수 있는 38기의 ECM 플랜트와 취수원 오염 없이 교량을 시공할 수 있는 자체 공법 등을 통해 저수지 관리기관으로부터 한 건의 문제 제기도 없이 공사를 수행해 왔다. 이외의 공사도 차질 없이 진행돼 발주처와 약속한 준공 시점(2025년 4월)보다 1∼2개월 일찍 공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싱가포르의 까다로운 기준 역시 충족해 오면서 당국과의 신뢰도 한층 더 쌓였다. SRTC 현장은 ‘무사고 안전 시공’을 통해 지난달 21일까지 무재해 1260만 인시(人時·현장 근로자 전원의 근무시간 총합)를 달성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싱가포르에서 성공한 GS건설의 시공 능력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에서 한국 건설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