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9개밖에 없는 RTC… GS건설 고난도 기술력 빛났다 [연중기획-'K건설' 해외수주 1조弗 시대로]

5500억 SRTC 공사 막바지 담금질

싱가포르에 동남아 첫 건설 맡아
도시철도 차량의 안전·성능 시험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 분야 책임

서로 다른 규격·전원 공급방식 등
한 개 시설서 시험해 공사 어려워
연약 지반도 처리 침하 문제 해결

2020년 공사 시작… 공정률 95.61%
코로나 등 난관에도 적기 준공 맞춰
“해외시장서 韓 건설사 위상 높일 것”

싱가포르 서부, 말레이시아와의 국경지대인 투아스(Tuas) 지역에선 우리 기술력으로 짓는 총 54만㎡(16만3350평) 규모의 동남아시아 최초 종합철도시험센터(SRTC·Singapore Rail Test Centre) 공사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분야를 GS건설이 책임지고 있는 SRTC는 앞으로 싱가포르 국민의 발이 될 도시철도 차량의 안전·성능을 시험하는 관문 역할을 맡는다.

GS건설이 싱가포르 투아스(Tuas) 지역에 건설 중인 동남아시아 최초 종합철도시험센터(SRTC)의 전경. 공정률은 지난달 21일 기준 95.61%다. GS건설 제공

단순히 차량을 검사할 건물만 짓는 게 아니다. 지난달 25일 찾은 현장에는 도시철도 차량의 최고속도와 내구성 등을 시험할 수 있는 총연장 16.9㎞의 철로와 실제 시민들이 타고 내리는 상황 등도 점검할 수 있는 간이 역사(驛舍)가 있었다. 갯벌 매립으로 조성돼 연약 지반인 이 부지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골프장으로 사용됐으나, 정교한 설계와 시공 관리로 이제는 120년간 침하 문제 없이 사용 가능한 SRTC 공사가 막바지 담금질 중이다.

GS건설만의 기술력은 철로와 건물 등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험 시스템 구축에서 더 빛을 발한다. 현재 싱가포르에서 운영 중인 6개 도시철도 노선 및 2개 신규 노선의 각기 다른 전원공급 방식, 차량 규격, 시스템을 통합해 한 개의 시설에서 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SRTC는 기술적 난도가 높은 공사로 평가받는다.



현장을 총괄하는 유병규 PD(Project Director·상무)는 “SRTC 같은 경우 시설 자체의 희귀성으로 세계적으로 건설 실적을 가진 회사가 거의 없다”며 “GS건설은 2019년 3월 국내에서 충북 오송 종합철도시험선로를 준공한 바 있고, 싱가포르에서도 유사한 성격을 갖는 차량기지를 준공했던 점 등이 SRTC 수주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GS건설에 따르면 종합철도시험센터는 싱가포르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9개밖에 없는 시설이다.

GS건설이 싱가포르 투아스(Tuas) 지역에 건설 중인 종합철도시험센터(SRTC)에 마련된 워크숍(Workshop) 건물 내부의 모습. 이 건물에선 차량 검사·정비 등이 이뤄진다. 싱가포르=이강진 기자

◆싱가포르 신뢰받은 GS건설

공사비 약 5500억원(6억3950만싱가포르달러) 규모의 SRTC에선 기능별로 총 3개의 테스트 트랙을 통해 차량, 신호, 통신 및 기타 철도 용품을 사용 전 시험할 수 있다. 차량 최고속도 성능을 시험할 총연장 3㎞ 선로 ‘하이 스피드 트랙’(High Speed Track)과 차량 내구성을 테스트할 ‘엔듀런스 트랙’(Endurance Track·3.05㎞), 차량과 각 시스템의 구성 요소 및 이들 간의 연계 호환성을 확인하는 ‘퍼포먼스&인테그레이션 트랙’(Performance & Integration Track·2.82㎞)으로 구성된다.

2020년 5월 공사를 시작해 이제는 공정률 95.61%(지난달 21일 기준)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수주부터 건설까지 모든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은 적기에 제대로 준공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업체를 원했고, 호주 컨소시엄과 GS건설 단 두 업체에만 입찰 자격을 허용했다. 호주 업체와의 경쟁에서 GS건설이 이길 수 있었던 데는 2008년 지사 설립 후 싱가포르 주요 지하철, 빌딩 시공을 거치며 보여준 신뢰와 기술력이 밑바탕이 됐다.

GS건설이 싱가포르 투아스(Tuas) 지역에 건설 중인 종합철도시험센터(SRTC) 내 설치된 간이 역사(驛舍)와 시험선로의 모습. 싱가포르=이강진 기자

GS건설은 2009년 철도 차량기지(C911) 건설을 시작으로 LTA가 발주한 토목 공사 총 9건을 수주해 약 4조3000억원에 달하는 누적 수주액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GS건설이 2016년 수주한 빌딩형 차량기지 프로젝트(T301)는 세계 최대 규모이며, 공사비가 약 1조7000억원에 달해 LTA에서 발주한 공사 중 공사비 규모로도 역대 최대 규모 프로젝트다. 이외에도 GS건설은 오피스 등 5건의 건축 공사도 현지에서 맡아 진행했다.

입찰 초기 단계부터 한국철도기술연구원(KRRI)과의 민·관 기술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높인 점도 수주 성과를 내는 데 한몫했다고 GS건설 측은 덧붙였다.

◆대내외 어려움에도 ‘적기 준공’

건설 과정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타이트한 공사 기간과 더불어 원자재 수급 문제, 불안정한 연약 지반 해소 등 풀어야 하는 숙제가 많았다. 특히 싱가포르의 주요 취수원 중 하나인 텡아 저수지와 2.8㎞에 이르는 구간이 접해 있는 데다 저수지 위로 철도 교량까지 설치해야 해 시공 자체뿐 아니라 오·탁수 유입 차단 등 환경관리가 중요한 과제였다.

GS건설은 시간당 2500t의 흙탕물을 처리할 수 있는 38기의 ECM 플랜트와 취수원 오염 없이 교량을 시공할 수 있는 자체 공법 등을 통해 저수지 관리기관으로부터 한 건의 문제 제기도 없이 공사를 수행해 왔다. 이외의 공사도 차질 없이 진행돼 발주처와 약속한 준공 시점(2025년 4월)보다 1∼2개월 일찍 공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싱가포르의 까다로운 기준 역시 충족해 오면서 당국과의 신뢰도 한층 더 쌓였다. SRTC 현장은 ‘무사고 안전 시공’을 통해 지난달 21일까지 무재해 1260만 인시(人時·현장 근로자 전원의 근무시간 총합)를 달성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싱가포르에서 성공한 GS건설의 시공 능력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에서 한국 건설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