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점 눈앞서 와르르… 돈 빼는 개미들

‘검은 금요일’… 코스피 2600선 후퇴

시총 78조 증발 코로나 이후 최대 낙폭
중동 리스크 겹쳐… 개인투자자 이탈 가속
고객예탁금 한 달 새 4조 줄어 54조원대
주가 하락 베팅 인버스ETF 투자는 활발
증권가 “당분간 회복 탄력 제한적” 전망

지난달 연고점을 뚫고 한때 2900선을 눈앞에 뒀던 코스피가 내리막길을 걷다가 지난 2일 2600선까지 후퇴하면서 시가총액이 코로나 사태 후 최대인 78억원 넘게 증발하자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58조원을 돌파했던 투자자 예탁금은 이 같은 실망감에 이달 들어 54조원까지 줄어들었다. 더불어 코스피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는 왕성해졌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1.49 포인트(3.65%) 하락한 2,676.19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일 기준 54조6592억원으로 지난달 1일(58조3105억원)과 비교해 한 달 새 4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자금으로, 개인의 투자심리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앞서 코스피가 2800선을 내준 지난달 19일 55조원대로 내려선 바 있다.

 

주식시장 대기자금 성격을 지닌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도 지난달 17일 211조4721억원을 찍은 뒤 지난 1일 204조7321억원까지 줄었다.

이처럼 개인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건 ‘고용시장 냉각’으로 대표되는 미국발(發)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한 탓이다. 여기에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이란에서 피살되면서 중동 리스크도 다시 주목받는 형국이다.

 

증권가는 이런 하락세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2일 코스피 상승 종목은 58개, 하락 종목은 868개로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며 “이번 주 예정된 이벤트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변동성은 조금 덜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회복 탄력성 또한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엔 중국의 수출(7일)과 물가(9일) 지표가 발표될 예정”이라며 “중국은 내수회복 신호가 여전히 저조한 가운데 미국의 추가 관세 발표를 앞두고 수출 증가세의 지속성에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G2(주요 2개국) 경기에 대한 우려로 확대되지는 않을지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가 주가를 함께 끌어내리고 있어서 결국 금리 하락이 멈춰야 주가가 바닥을 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진=AP연합뉴스

이처럼 불확실한 경제전망에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개인투자자도 적지 않다.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량 1위 ETF는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2배수 추종하는 ‘코덱스(KODEX) 200 선물 인버스 2X’로 1억6000만주가 거래됐다. 2위는 ‘코덱스 코스닥150 선물 인버스’, 3위는 ‘코덱스 인버스’로 각각 2628만주, 2091만주가 거래됐다. 이들 상품은 각각 코스닥150 선물지수와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지난 2일 하루 기준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ETF는 코스피200 선물지수 수익률을 2배 역추종하는 ‘라이즈(RISE) 200 선물 인버스 2X’로 8.54%나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