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인천 대단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해 큰 피해를 냈다.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지하주차장에 있던 흰색 벤츠 차량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다가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매캐한 냄새가 아파트단지를 뒤덮었고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주민 20여명은 연기를 들이마셔 병원으로 옮겨졌고, 주차장에 있던 차량 40대가 불에 타고 100여대가 그을리는 등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차량 1대 화재로 빚어진 피해라고 하기에 믿기 어려울 정도다.
전기차는 불이 나면 ‘열폭주’로 이어져 잘 꺼지지 않는다. 불과 수초 만에 리튬이온 배터리 온도가 800~1000도까지 치솟는 현상이다. 사고가 난 전기차도 열폭주로 인해 화재 발생 8시간20분이 지나고서야 완전 진화됐다고 한다. 소방관들이 사력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폐쇄적인 지하주차장 구조라서 진화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소방차 진입이 제한돼 발화 지점까지 쉽게 접근하기 어렵고 연기 배출도 원활하지 않은 탓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총 160건이다. 2018년 3건에서 2019년 7건,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었다. 아파트를 비롯한 다중이용시설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도 2018년 0건에서 지난해 10건으로 증가했다. 물론 일반 차량 화재보다 발생 빈도는 적지만 조기 진화에 한계가 있어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전용 주차 공간은 물론이고 충전시설은 확산일로다. 2022년부터는 100가구 이상 아파트에선 충전시설 설치가 의무화한 상태다. 문제는 현행법상 지하 공간에서의 전기차 주차나 충전소 설치와 관련한 안전기준이나 규제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더구나 요즘 신축 아파트들은 지상주차장을 없애고 지상부를 공원화하는 추세다. 전기차 주차 및 충전구역을 설치할 때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지난 5월 경북도가 조례를 통해 전기차 충전시설과 전용 주차구역의 지상화와 화재 감지시설 등의 설치를 유도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전기차 주차와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옮기는 게 옳은 방향이다. 방치하다간 어떤 참혹한 일을 당할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