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發 ‘R의 공포’ 가시화… 실물경제 전이 차단해야

美고용지표 부진, 세계 증시 폭락
규제 혁파로 기업활력 제고 시급
野 강행 노란봉투법, 기업에 부담

미국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2일 글로벌 증시 폭락사태로 이어졌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01.49포인트(3.65%) 하락한 2676.19에 장을 마감했다. 코로나19 확산 당시인 2020년 3월19일(133.56포인트 하락) 이후 4년4개월여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 경기 침체 우려에 ‘나홀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엔화가치 강세라는 악재까지 겹쳐 5.81% 폭락했다. 아시아 외환위기인 1987년 이후 사상 두 번째 큰 낙폭이자 36년10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예상보다 부진한 미국의 고용지표 영향이 컸다. 미국의 7월 실업률이 4.3%로 3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시장 예상치이자 전월치인 4.1%를 웃돈다. 7월 비농업 부문 고용도 11만4000명 늘어나는 데 그치며 시장 예상치에 못 미쳤다. 부진한 고용지표에다 엔비디아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산업과 인텔의 2분기 실적 쇼크,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대한 거품론까지 덮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라는 호재도 묻힐 정도로 시장 충격은 컸다. 미 연준이 금리 인하 시점을 실기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9월 금리를 0.50포인트 내리는 ‘빅컷’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 경제에는 비상이 걸렸다. 세계 경제가 한꺼번에 흔들리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치명타다. 경기침체 우려는 시장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게 뻔하다. 1300원 후반대 고환율도 문제다. 이미 한미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원화 약세로 외국인 투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실물경제가 침체의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다. 주가 하락은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다. 금융이 실물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금융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금융시장의 후폭풍이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건 막아야 한다. 고환율과 수도권 집값 폭등, 가계대출 증가세 등으로 금리 인하를 고려하는 한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이달 발표할 부동산 종합 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집값이 들썩일 수 있다. 재정 당국이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세수여건이 어렵더라도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선별적 재정정책을 펴고 기업활력을 저해하는 규제와 비효율을 혁파해야 한다. 미·중 무역분쟁과 중동정세 악화 등 통상 환경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도 기업 발목을 잡고 노조의 정치파업을 조장하는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이는 거대야당의 입법폭주가 답답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