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클라이밍 한국대표팀 이도현(22·서울시청·블랙야크)은 친구들이 평지를 뛰어다니던 5살 때부터 수직의 벽을 기어올랐다. 아버지 덕분에 바닥에서 하늘로 중력을 거슬러야 하는 일반적이지 않은 스포츠클라이밍에 뛰어들었고 어린 시절부터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의 부친은 2020 도쿄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를 지휘한 이창현 전 감독이다. 사령탑에 선 아버지를 보고 올림픽의 꿈을 키운 이도현의 2024 파리 올림픽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이도현이 5일 오전 10시(현지시간)에 프랑스 파리 르부르제 클라이밍 경기장에서 열리는 파리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남자 콤바인 볼더링 준결승에 출전한다. 콤바인은 4.5m 높이 암벽에 설치한 다양한 인공 구조물을 로프 없이 4분 이내에 통과하는 ‘볼더링’과 15m 높이의 인공 암벽을 6분 이내에 가장 높이 오르는 ‘리드’로 구성된 경기다. 리드 경기는 7일 열리며 볼더링 점수와 합산해 결승에 나갈 8명을 선발한다.
스포츠클라이밍이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20 도쿄 대회에서 한국은 ‘빈손’이었지만 이도현이 출전하는 이번 올림픽에선 메달이 기대된다. 그는 2023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체코 스포츠클라이밍 월드컵에서 금메달, 브릭센 월드컵 은메달, 세계선수권 볼더링 부문 동메달을 차지했을 정도로 이미 실력은 정평이 나 있다. 아울러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클라이밍 DNA를 보유한 것은 이도현만이 아니다. 이번 대회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서종국 감독의 딸 서채현(21·서울시청·노스페이스)도 이번 대회 기대주 중 하나다. 서채현은 도쿄 대회에 이은 두 번째 올림픽 도전으로 메달 획득을 위해 평소 51㎏ 중반대인 체중을 50.5㎏으로 줄였다. 서채현은 2018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리드 금메달, 볼더링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성인 국제무대에 데뷔한 2019년부터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2019년 IFSC 리드 월드컵 6개 대회에 출전해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월드컵 8∼11차 대회에서도 4개 대회 연속 우승을 거머쥐었다. 2021년 러시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 리드 종목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했다.
스포츠클라이밍이 한국의 새로운 ‘효자종목’이 될 경우 역대 최대 금메달 기록(13개) 경신도 꿈이 아니다. 남자 스피드 결선은 8일, 남자 콤바인 결선은 9일, 여자 콤바인 결선은 10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