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삶을 살면서 죽기 전에 한번은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프로젝트가 감사하게도 예상보다 일찍 찾아왔습니다.”
‘첼로의 성서’로 불리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순회 연주회(리사이틀)를 준비 중인 첼리스트 문태국(30)의 소감이다. 2014년 카잘스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한 후 10년째를 맞은 그는 10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을 비롯해 김해, 안양 등 에서 바흐 첼로 음악의 정수를 들려준다.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작곡 이후 약 200년 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가 독일 쾨텐에서 카펠마이스터(궁정 악장)로 활동하던 1717∼1723년 작곡했지만 당시주목받지 못했다. 스페인의 전설적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1876∼1973)가 13세 때 우연히 들른 스바르셀로나의 헌책방에서 먼지 투성이로 잠들어 있던 악보를 발견하면서 빛을 보게 됐다. 바흐 자필 악보가 아니라 아내 안나 막달레나의 필사본이었지만 카잘스는 10년 넘게 연구한 뒤 세상에 선보였다.
6개 모음곡이고, 모음곡마다 곡의 전체 성격을 제시한 전주곡 1개와 다른 분위기의 나라별 춤곡 5개로 구성돼 모두 합하면 36곡이다. 카잘스는 “바흐 무반주 첼로 곡은 단지 음악이 아닌, 인생 그 자체”라며 “그것들은 영감의 원천이며, 진정한 생명의 양식”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평가처럼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첼로 솔로 연주를 위해 쓰인 최고 작품으로 전 세계 음악 애호가에게 사랑받고 있다. 카잘스가 스페인 프랑코 정권의 파시즘에 저항하는 무대에서, 러시아 첼로 거장 로스트로포비치(1927∼2007)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이 곡을 연주한 것도 유명하다.
문태국은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워너클래식 두 번째 음반으로도 녹음, 발매한다. “어린 시절부터 계속 배워 오고, 첼로 연주의 일부이자 기본처럼 여겼던 곡인데 음반을 내면서 새롭게 감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바흐가 작곡할 당시 생각하고 듣고 싶어 했을 무한한 가능성과 공간감, 자유를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