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만큼 더운 밤이 이어지고 있다.
5일까지 21일째 연속 열대야를 겪은 제주는 이날 오전 11시까지 최저기온이 오전 5시 53분께 기록된 28.8도였다.
◇ 2018년보다 더 많은 열대야…동해안엔 '초열대야'까지
전국 97개 기후관측지점의 올여름 최저기온 기록을 보면 강원 강릉과 속초에서 각각 2차례씩 총 4차례 일최저기온이 30도 이상이었다.
밤에도 최저기온이 3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은 '초열대야'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29도 이상, 30도에 육박한 경우는 5차례이다. 강릉이 3차례, 같은 강원도의 동해와 제주가 각각 1차례다.
밤(오후 6시 1분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 연속 발생일 기록은 매일 경신되고 있다.
강릉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4일까지 17일째 열대야가 이어져 기상관측이 기록이 남아있는 1912년 이래 '가장 긴 열대야'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2013년 8월 3일부터 18일까지 16일이었다.
서울은 보름째 열대야가 계속됐는데, 이는 1908년 이후 4번째로 길게 열대야가 이어지는 것이다. 서울에서 가장 길게 열대야가 이어진 때는 '사상 최악의 폭염'이 닥친 2018년 여름(7월 21일부터 8월 15일까지 26일)이다.
전북 전주는 11일째, 경북 포항은 12일째, 인천은 13일째, 광주는 15일째, 대구와 충북 청주는 16일째 연속으로 열대야를 겪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4일까지 전국 평균 열대야 발생일은 12일로, 평년 같은 기간(3.7일)보다 훨씬 길다.
나아가 '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던 2018년 같은 기간(10.2일)보다도 더 많다.
◇ 2018년 '땡볕더위'였다면 올해는 '찜통더위'…습도 높아 밤기온 안 떨어져
눈길을 끄는 점은 일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일은 4일까지 전국 평균 10.2일로, 2018년(20.5일)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는 현재 더위가 2018년 같은 '땡볕더위'라기보다 '찜통더위'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 2018년 7월 1일부터 8월 4일까지 서울 일조시간과 일사량은 각각 273.5시간과 646.91MJ/㎡인데, 올해 같은 기간 일조시간과 일사량은 121.0시간과 473.78MJ/㎡에 그친다.
반면 7월과 8월 1~4일 전국 평균 상대습도는 2018년이 77%와 68%이고, 올해가 83%와 79%로 올해가 훨씬 높다.
일사량과 습도에서 보듯 햇볕보다 북태평양고기압에서 부는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더위의 주원인인 점은 곧 열대야가 기록적으로 이어지는 상황과 연결된다.
고온다습한 공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유입되기에 해가 지고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매일 열대야가 나타나는 것이다.
남서풍은 백두대간을 넘으면서 한층 더 뜨거워진다. '푄 현상'이다. 이에 강릉 등 산맥 동쪽에서 '초열대야'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밤더위가 더 심하다.
특히 현재 한반도는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이중으로 덮고 있어 열이 들어오기만 하고 빠져나가지는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삼복더위 중에 두꺼운 이불로 온몸을 감싼 채 증기를 쐬고 있는 셈이어서 밤에도 낮만큼 더울 수밖에 없다.
또한 대기 중 풍부한 수증기가 밤중 지표면에서 방출된 에너지를 대기권 내에 가둬 열대야를 부추기고 있다.
지구는 태양에서 받은 만큼의 에너지를 다시 우주로 내보낸다. 그런데, 하늘에 구름이 많이 꼈거나 대기 중 수증기가 많으면 구름과 수증기에 의해 지구가 내뿜은 에너지가 우주로 빠져나가는 것이 차단된다.
구름과 수증기는 지표면과 마찬가지로 낮에 에너지를 품은 뒤 밤에 방출한다. 이 때문에 구름이나 수증기가 많으면 열대야가 발생하기 쉽다.
현재 찜통더위를 일으킨 기압계에는 당분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발표한 15일까지 중기예보에서 기온은 아침 23~27도, 낮 30~35도로 지금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일체감온도는 최고 35도 내외까지 오르며 열대야가 이어지는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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