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컷’ 이뤄지면 韓 금리 내려가나…치솟는 집값에 한은 ‘신중 모드’ [뉴스+]

美, 9월 0.5%포인트 금리인하 ‘빅컷’ 전망 제기
韓, 센 대출 규제 뒤 10∼11월 인하 전망

고용 쇼크와 인공지능(AI) 거품론에 직면한 미국이 오는 9월 ‘빅컷’(기준금리 0.5%P 인하)까지 고려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통 미국의 금리 인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이어지지만 국내 주택가격 상승세가 변수로 꼽힌다. 현재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전고점(지난 상승기 고점 가격)을 돌파하고 있어 금리 인하가 집값을 더 자극할 것이란 한국은행의 우려가 큰 상태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한은은 당국의 가계 부채 규제 강화와 시장 영향 등을 주시하며 시차를 두고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세계일보 자료사진 

◆잘 나가던 美 경기, 경기침체 우려 왜?

 

미국의 ‘R(경기 침체)의 공포’가 커진 이유로는 △고용지표 악화 △빅테크 기업의 ‘어닝쇼크’ △일본 ‘앤 캐리 트레이드’ 자금 유출 우려 등이 꼽힌다.

 

내수 위주의 경제인 미국은 고용이 꺾이고 임금이 줄어들면 미국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소비가 둔화된다. 소비 둔화는 본격적인 경기 침체 시그널로 인식된다.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실업률은 4.3%로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신규 일자리 증가폭도 11만4000명으로 직전 12개월 평균인 21만5000명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그간 미국 경제의 호황을 이끌었던 인텔,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의 ‘어닝쇼크’가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인텔은 2분기 배당 중단과 인력구조 조정 계획을 밝혔다.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지수는 지난 1일 2.3%, 2일 2.43% 연일 급락했다.

 

미국에 투자된 일본의 ‘앤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 자금이 최근 일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빠져나갈 것이란 전망도 불안을 자극했다.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은 5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앤 케리 트레이드 자금 규모가 2조 달러, 2경 7000조원으로 어마어마하다”며 “일본 중앙은행이 올해 들어서 두 번이나 기준금리를 인상하니까 이게 본국으로 돌아가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美 9월 금리 인하 시사, ‘빅컷’ 가능성도 제기

 

경제 사정이 악화되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둔화하거나 고용시장 상황이 현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금리 인하가 9월 회의 때 테이블 위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22년 3월부터 강력한 긴축 정책을 편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건 처음이다.

 

미 금융투자업계에선 한 번에 0.5%포인트를 인하하는 ‘빅스텝’ 가능성도 제기했다. 골드만삭스와 시티그룹 등 투자은행(IB)들은 9월18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점쳤다. 이들은 미국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4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와 빌라의 모습. 뉴스1

◆韓 금리 인하, 치솟는 집값이 변수

 

미국 변화에 따라 한국에서도 금리 인하 논쟁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서 주요국 금리 인하와 내수 부진을 거론하며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가계와 기업의 부담, 내수 부진 타개를 위해 이달 선제적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변수는 들썩이는 집값이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6명 전원이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한 위원은 “금리 인하가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나 부동산 가격에 대한 금통위의 우려가 큰 분위기”라며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더 적극 나설 수는 있다고 해도 금통위는 국내 금융시장 동향에 더 포커스를 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한국의 내수 둔화와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에 대한 방어가 필요해 통화 정책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 입장에선 내수와 고용, 부동산과 환율을 모두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출 한도를 대폭 줄이는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이후 한은이 집값과 가계부채 진정세 등을 확인한 뒤 금리 인하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했다. 10월이나 11월쯤 한 차례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