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5일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로 8% 넘게폭락하면서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종가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하락폭이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전장 대비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64.89포인트(2.42%) 내린 2,611.30으로 출발해 가파르게 낙폭을 키우며 2600선과 2500선을 차례로 내줬다.
상황은 갈수록 심각했다. 이날 오후 2시 14분쯤 8% 넘게 내리며 유가증권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해 거래가 20분간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거래 재개 직후에는 코스피 지수가 10% 넘게 내리면서 잠시 24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 최저치는 282.23포인트(10.81%) 내린 2,386.96이다. 코스닥 지수도 이날 전장 대비 88.05포인트(11.3%) 하락한 691.28에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에도 이날 오후 1시 56분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국내 증시에서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2020년 3월 19일 이후 5년 만이다.
이는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공포 수준으로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급랭했기 때문으로 증권가는 분석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우려가 확대하고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일본 증시가 급락하자 시장이 ‘파랗게 질렸다’다는 설명이다.
송주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진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9월 금리 인하 시사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태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고용 지표가 지수 하락의 ‘방아쇠’가 됐다고 부연했다.
다만 증권가는 시장이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지표가 시장 예상치보다 부진하기는 했지만 불안 심리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진단이다.
송 연구원은 “미국의 고용 지표만 보면 당장 경기 침체를 우려해야 하는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시장 낙폭이 과도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1년 8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국내증시가 크게 출렁였던 것과 비교하면서 “돌아보면 딱히 하락 요인이 있었던 건 아니었고 결국 최고조로 높아진 불안 심리가 시장을 흔들어 놓은 결과였다”고 진단했다.
코스피가 9%대 폭락세를 연출하며 2400선 초반까지 무너진 가운데, 국내 시가총액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도 동반 10%대 추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200원(10.30%) 폭락한 7만1400원에 마감했다. 이날 3%대 하락 출발한 삼성전자는 장중 낙폭을 키워 7만200원까지 내려 7만원대를 위협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만7100원(9.87%) 추락한 15만6100원으로 마쳤다.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에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추락하면서 국내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도 속절없이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실업률은 4.3%까지 상승해 2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 경기 침체 우려가 급부상했다.
전문가들은 샴의 법칙(Sahm Rule)을 통해 미국의 경기 침체가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이 법칙은 실업률 3개월 평균과 12개월 실업률 3개월 평균 최저치 차이가 0.5%p 이상이면 경기 침체로 판단한다. 현재 이 지표는 0.53%p를 기록해 미국이 경기 침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코스피의 서킷 브레이커 발동은 △2000년 4월 17일(IT 버블 붕괴) △2000년 9월 18일(현대그룹 유동성 문제) △2001년 9월 12일(911테러) △2020년 3월 13일(코로나19 팬데믹) △2020년 3월 19일(코로나19 팬데믹) △2024년 8월 5일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