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보다 큰 복숭아를 하루에 한두 개씩 깎아 먹는다. 지금은 복숭아의 계절. 잘 여문 복숭아를 베어 물다 문득 생각하기를, 아, 이 열매 이전에는 꽃이 있었겠구나. 시를 읽으며 다시금 생각하기를, “흰꽃과 분홍꽃을 나란히 피우고” 선 한 그루 나무가 있었겠구나. 흰꽃과 분홍꽃 사이 “수천의 빛깔”. 복잡한 꽃빛. 마치 사람의 마음속처럼. “피우고 싶은 꽃빛”이 많아 외로운 나무였으려나. 생각하다 보면, 그 여러 겹의 마음을 읽는 일은 어떻게 가능한지 묻고 싶어진다. 얼마나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 이는 어쩌면 사람이 사람을 헤아리는 일, 사랑하는 일에 대한 은유일 거라 짐작해 보기도 한다.
꽃이 진다는 것은 “수천의 빛깔”을 잃는다는 것. 빛깔을 떨군 나무의 얼굴은 조금 심심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한 시절을 다 흘려보낸 사람의 것과 같이. 그 곁으로 다가가 한 번쯤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곧 생겨날 열매에 대해. “수천의 빛깔”로 단단히 익어갈 열매.
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