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저항의 축’의 ‘피의 보복’이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이스라엘이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어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중동에서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아랍국가들로부터 이스라엘 상대보복 공격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묵살하고 ‘전쟁을 촉발해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도 유럽과 다른 협력국 정부에 확전 방지 메시지를 이란 측에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 측은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공격이 맞대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5일 “우리는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를 원치 않지만 침략자(이스라엘)는 벌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을 징벌하는 ‘합법적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이란은 이스라엘에 최대한 타격을 주기 위해 수도 텔아비브의 군시설뿐 아니라 이 지역의 미국 군대와 지중해 가스유전까지 포함하는 입체적인 공격 계획을 세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란이 지난 4월 이스라엘 방공망에 막혔던 공습을 교훈 삼아 발사체 수를 늘리는 등 대규모 공습을 감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 이란의 영향권에 있는 이라크 민병대 등 친이란 무장세력 ‘저항의 축’의 자원까지 총동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ISW는 이란이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교란하기 위해 목표물 수를 늘릴 수 있으며 ‘저항의 축’ 무장세력들이 한 군데 표적에 집중하고, 이란이 다양한 표적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란이 이스라엘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기 위해 주요 군 시설뿐 아니라 인프라와 민간시설까지 노릴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지중해 경제수역에 위치한 이스라엘의 가스전이 미사일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보복 시 재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 포스트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우리를 겨냥한 어떤 공격이든 막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이미) 이란의 악의 축에 맞서 다중의 전쟁을 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공격과 방어 양쪽에서 어떤 시나리오든 준비돼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가자지구, 예멘, 베이루트 등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장거리 공습이 가능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선제적 공격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 와이넷(Ynet)은 네타냐후 총리가 전날 밤 안보 기관 책임자들과 이란의 보복 공격 대비책 마련을 위한 회의에서 ‘억제적 수단’으로 이란을 선제타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안보분야 고위 관리들은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한다는 명백한 정보가 확인된 경우에만 선제 타격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방어를 돕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존 파이너 국가안보부보좌관은 4일 CNN방송에 “우리와 우리 동맹인 이스라엘은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중동 지역에 해·공군 전력을 증강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이 모든 태세 조정은 이란이나, 다른 적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대응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2일 탄도미사일 방어 역량을 갖춘 복수의 해군 순양함과 구축함, 전투기 1개 비행대대 등을 중동 지역에 추가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은 5일 긴급 회의 후 공동성명을 통해 “중동 지역의 고조된 긴장 상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중동 긴장 고조로 어떤 국가도 이득을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