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업인 고액후원금 ‘與 쏠림’ 뚜렷 … 정치인 상부상조도 많아

22대 총선 고액기부자 명단 보니

국힘 4766만원 vs 민주 2527만원
법조인 대부분 같은 법조인 출신 지원
이재명·정청래는 소액기부금만 받아

기부자 신원 어떻게 확인했나
이름·생년월일·도로명 주소 일부 공개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 교차검증

1억3195만원 중 2527만원. 1억3838만원 중 4766만원. 지난 22대 총선 기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자 후원회가 각각 모금한 금액과 ‘개인당 연간 300만원 초과 후원금 모금액’(이하 고액 후원금) 평균값이다. 기업인의 고액 후원금은 대부분 국민의힘 후보에게 쏠렸다. 

 

세계일보는 5일 22대 총선기간 각 지역구 후보자 후원회 고액기부자 명단을 선거관리위원회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했다. 이름과 생년월일, 도로명주소, 직업까지만 공개된 자료다. 이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과 교차 검증, 기부자 신원을 확인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치자금법상 국회의원 후보자 후원회의 경우 1인당 연간 최대 500만원까지만 후원이 가능하다.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는 기부금액과 인적사항이 공개된다. 다만 고액후원자가 누군지 명확히 밝힌 국회의원 후보자 후원회는 국민의힘 소속 장동혁 의원과 정진석·이용 후보뿐이었다. 대부분은 직업란에 기타·자영업·프리랜서·회사원으로 기재한 채 생년월일과 이름, 건물 번호가 제외된 도로명주소만 공개했다. 한 기업인으로부터 후원을 받은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후원을 받는 입장에서 후원자 정보를 물어보고 보고서에 기재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귀띔했다. 

 

◆與에 쏠린 기업인 후원

 

상장사 임원들 대부분 국민의힘 후보자에게 후원금을 건넸다. 윤세영 태영건설 회장은 권영세 의원과 같은 당 박진 후보에게 500만원씩 후원했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과 LG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정진석 후보에게 500만원씩 후원했다.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은 국민의힘 최재형 후보와 박민식 후보, 박진 후보에게 500만원씩을 후원했다. 최 회장 부인 구미정씨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고모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은 박진 후보와 민주당 박성준 의원에게 각각 후원금을 냈다. 레드캡투어 조원희 대표는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조 대표는 범LG가 고(故) 구자헌 회장 부인이다. 서홍민 리드코프 회장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과 서천호 의원, 민주당 김용만 의원에게 500만원씩 후원했다. 서 회장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빙부인 고(故) 서정화 전 내무부 장관 차남이다.  

 

 

구학서 전 신세계그룹 회장은 최재형 후보와 서울 서초을 신동욱 의원에게 각각 후원금을 냈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신동욱 의원과 추경호·유영하 의원에게 후원금을 냈다. 삼성전자 출신 고동진 의원은 권오현 전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민동욱 엠씨넥스 대표에게 후원금을 받았다.

 

조정일 코나아이 대표는 민주당 서영교 후보와 국민의힘 유상범 후보에게 각각 500만원씩 후원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대표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최은석 의원, 민주당 홍익표 후보에게 각각 후원금을 냈다. 라정찬 전 네이처셀 대표는 민주당 강훈식 의원과 임호선 의원,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과 구상찬 후보를 후원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에게 후원했다.

 

‘재벌 3세’들의 이름도 눈에 띄었다. 국민의힘 이재영 후보는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대표이사와 허서홍 GS리테일 부사장, 이우성 SGC이테크건설 부사장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 김대헌 호반건설 총괄이사는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에게 후원금을 냈다. 

 

◆법조인은 법조인에게… 의원들 간 상부상조형도

 

법조인들은 대부분 같은 법조인 출신 후보자에게 후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병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초대 회장은 민주당 진선미 의원과 송기호 후보에게 후원금을 냈다. 판사 출신 사봉관 변호사와 검사 출신 임현 변호사는 민주당 박균택 의원에게 후원금을 냈다.  

 

대한변협 부회장 출신 국민의힘 박상수 후보는 김미현 광장 변호사 등 변호사 7명에게 후원금을 받았다. 같은 당 주진우 의원은 검사 출신 문찬석 변호사에게, 신범철 후보는 안대희 전 대법관에게, 장영하 후보와 박용호 후보는 전 국회의원이던 강용석 변호사에게 후원금을 받았다. 언론인 고액기부자도 있었다. 심상기 서울미디어그룹 회장은 동향 출신인 정진석 후보를, 방정오 TV조선 부사장은 신동욱 의원을 후원했다.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팀 총감독 출신 국민의힘 이용 후보는 유독 체육인 후원자가 많았다. 김식 대한봅슬레이연맹 코치와 봅슬레이 원윤종·장기건 선수, 조인호 스켈레톤 선수가 후원했다. 배우 문성근씨는 민주당 최민희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고, 조정래 작가는 민주당 이광재 후보를 후원했다. 

 

정치인끼리 돕는 ‘상부상조형’ 후원도 적잖았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같은 당 노종면 의원에게, 문정복 의원은 박상혁 의원을 후원했다. 양정숙 전 의원은 복기왕 의원에게, 진교훈 서울 강서구청장은 한정애 의원에게 후원금을 냈다. 손혜원 전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 출신인 김성회 의원을 후원했다. 

 

민주당 세종갑 공천을 받았다가 취소된 이영선 변호사는 올해 1월 말,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을 지낸 안규백 의원에게 후원금을 건넸다. 안 의원 측은 세계일보에 “이 변호사는 당시 경선을 치렀다. 전략공천과는 관계가 없다”면서 “후원금을 돌려줄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는 주기환 전 대통령 특보와 이종성·안철수 의원이 후원에 나섰다. 주 전 특보는 전주혜 후보와 박은식·김정현 후보에게, 이종성 전 의원은 이철규 의원과 장동혁 의원을, 안철수 의원은 같은 당 김윤 후보와 이종철 후보를 후원했다. 13대 국회 민주정의당 전국구 의원을 지낸 도영심 전 의원은 자기 아들인 이재영 후보와 김재섭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씩을 후원했다.

 

지역구 기초의원이 기부하는 경우도 있었다. 민주당 서울 중·성동갑 전현희 의원은 정지원 성동구의원에게, 부산기장군 최택용 후보는 김원일 기장군의원에게 각각 후원금을 받았다. 경기 화성갑 송옥주 의원은 이계철 화성시의원에게, 경남 창원마산합포구 이옥선 후보는 이원주 창원시의원에게 후원금을 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왼쪽)와 정청래 의원. 연합뉴스

◆이재명·정청래 고액기부 ’0’원… 당원민주주의 효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고액후원금을 받지 않았다. 이 전 대표와 함께 ’당원민주주의’를 전면에 내건 정청래 최고위원도 마찬가지다. 이 전 대표는 지난 총선기간 3억26만원을 후원받았다고 신고했다. 후원금 한도를 전부 소액기부금만으로 채운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1억6846만원을 모금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경북 영천·청도 이만희 의원(2억4316만원)과 태영호 후보(1억518만원)만 1억원 이상 모금한 후보자 중 고액기부자가 없었다. 

 

고액 후원금 비중이 가장 높았던 민주당 후보는 박지원 의원이다. 총 1억5112만원으로 모금액 한도를 채운 박 의원은 8500만원, 총 56% 고액후원금을 받았다. 국민의힘에서는 김대식 의원인데, 총 1억5850만원 중 1억2000만원을 고액후원금으로 모금했다.

 

가장 많은 후원금을 받은 여당 후보는 조정훈 의원이고, 야당 후보는 김교흥 의원이다. 조 의원은 3억1468만원가량을 모금했다고 선관위에 보고했다. 민주당 김교흥 의원은 3억31만원을 모금했다. 정치자금법상 현역 의원 후원회는 연간 1억5000만원씩, 선거가 있는 해엔 그 두 배인 3억원까지 모금할 수 있다. 후원 과정에서 신용카드 후원 등은 후원계좌 마감 이후 입금되는 탓에 약간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