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이 오싹’ 고문서 속 조선시대 귀신의 모습은?

한국국학진흥원은 ‘납량특선 1-조선괴담회’를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 8월호를 발행했다고 6일 밝혔다. 등골이 오싹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선조들의 경험담을 통해 무더위를 잠시 잊기를 바란다.

 

바다 위 사후 세계를 그린 게발도(揭鉢圖).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죽은 첩이 귀신으로 나타났다

 

‘유몽인의 첩 귀신, 애귀 이야기’에서 정솔미 고려대 교수는 ‘어우야담(於于野談)’의 저자 유몽인(1559~1623)이 기록한 ‘애귀전’을 소개한다.

 

애귀전은 귀신이 된 유몽인의 첩인 애개가 불러온 재앙과 이를 물리치려는 유몽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애개는 유몽인의 정실부인을 저주한 사실이 발각돼 죽임을 당한다. 이후 애개는 귀신이 돼 유몽인의 집안에 온갖 괴이한 일을 벌인다. 유몽인과 그의 아들 유약은 귀신이 된 애개를 퇴치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결국 애귀는 떠나간다.

 

애귀전이 특별한 이유는 첩 귀신을 다룬 작품은 드문데 애귀를 이야기의 중심에 두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여러 귀신이 등장하며, 귀신의 작화(作禍)와 그를 물리치려는 과정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실제로 작품의 배경이 되는 1621년은 유몽인은 파직당하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몹시 어려운 처지에 처해 있었다. 2년 뒤 그는 누명을 쓰고 아들 유약과 함께 처형당한다.

 

이 작품은 당시 유몽인의 집안에 ‘첩의 귀신이 붙어 집안을 망친다’는 소문이 있었을 가능성을 추측해 볼 수 있다. 특히 애귀는 여러 면에서 광해군의 애첩이었던 김개시(金介屎)가 연상되기 때문에 당대 조정과 광해군에 대한 비판 정신이 담겨 있다고도 해석된다.

 

◆처녀 귀신의 역사 속 원형 ‘순군부군’

 

곽재식 작가는 ‘한국 전설 속 수사의 여신, 순군부군’에서 귀신을 떠올렸을 때 흔히 생각나는 긴 머리를 풀어 헤치고 소복을 입은 귀신의 원형을 찾아 나선다.

 

곽 작가는 1610년 무렵 허균이 자신이 겪었던 일을 기록한 ‘순군부군청기(巡軍府君廳記)’에 주목했다. 허균은 꿈에서 본 순군부군을 ‘젊은 여성으로 아름다웠지만 단장은 하지 않고 비녀를 꽂지 않은 헝클어진 머리에 얼굴을 찡그린 모습’이라고 기록했다. 흔히 떠올리는 처녀 귀신과 비슷한 모습이다.

 

여기에 순군부군은 억울하게 살해당한 원한이 더욱 깊어져 귀신이 된 후 ‘재판의 여신’이 된 부분은 오늘날의 원한을 품은 귀신 이야기와 잘 통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여성 귀신 이야기는 그녀들의 원한을 용감한 사또가 풀어주는 이야기인 것과 달리, 흰옷이 아닌 황색 비단치마를 입은 순군부군은 직접 수사와 재판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꿈속에 등장해 진범을 알려 주겠다고 하며 주체적으로 나선다.

 

결국 곽 작가는 정형화된 한국 귀신의 모습은 현대에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급작스럽게 유포되는 바람에 굳건히 자리 잡은 한국 전통문화의 한 단면일 뿐이라고 결론짓는다. 옛 기록과 전통문화 속에 드러난 다채로운 귀신과 이야기의 여러 가지 양상은 그보다 훨씬 더 풍부하다는 게 곽 작가의 설명이다. 따라서 옛이야기 속의 소재를 다시 발견하고 새로운 여러 방향으로 전통을 활용하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생생해서 소름 돋는 조선괴담회

 

이외에도 웹진 담에서는 귀신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다. ‘은혜 갚은 양촌’에서는 고열에 시달리는 독선생이 마음을 쓰던 고향 후배와 그가 기르던 고양이가 나타나 ‘너는 살아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선인의 이야기, 무대와 만나다’의 ‘신이 된 일곱째 딸, 바리’에서는 산 자와 죽은 자를 이어주는 무당의 선조인 바리공주를 소개한다. ‘백이와 목금’의 ‘폐가에서 생긴 일’에서는 담력을 측정하고자 한밤중에 마을 폐가를 찾아간 세 남자아이가 실종된 사건을 다룬다. 한편 웹진 담은 한국국학진흥원 스토리테마파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