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태백은 한여름 대표적인 피서지로 꼽힌다. 태백은 고원 도시로, 평균 해발 고도가 902.2m에 달한다. 서울 남산(270)보다 3배 이상 높다. 도심 지역 높이도 778m에 달한다. 기온은 태양열이 아니라 지표의 복사열로 상승하기 때문에, 해발 고도가 100m 높아질 때마다 평균 1도씩 떨어진다. 우리 땅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태백은 한여름 가장 시원한 도시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태백은 최근 10년간 열대야가 단 3차례만 발생하고 여름철(6∼8월) 평균 기온도 22.2도에 불과했다.
지난해 8월 중순 태백으로 피서 여행을 다녀왔다. 태백의 진면목은 정선에서 태백으로 진입하는 만항재에서부터 확인된다. 만항재는 해발 고도가 무려 1330m에 위치한 고개다. 포장도로가 놓인 한국 고개 가운데 가장 높다. 414번 지방도로를 타고 고갯길을 넘으면, 창문 안으로 선선한 바람이 밀려 들어와 그것만으로도 피서가 가능하다. 저녁 7시가 되자 태백 시내 한복판 황지 공원에 설치된 온도계는 19도를 가리켰다. 서늘한 기운에 긴 소매 옷을 꺼내 입기도 했다. 숙소 예약에도 애를 먹었다. 마침 그 시기에 전국 대학 축구대회가 열려 태백 시내에 방이 동났기 때문이다. 매년 태백에서는 7, 8월에 각종 체육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