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첩보 활동의 최전선에 있는 국군정보사령부가 전례 없는 내홍에 휩싸였다. 정보사령관(소장)과 휘하 부대 여단장(준장)이 하극상과 폭행 혐의로 상호 맞고소를 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보사 내에서 장군 간 맞고소전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수사를 통해 시시비비가 가려지겠으나 ‘내부 기강이 얼마나 엉망이길래 이런 일까지 생기겠나’라는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더구나 정보사 군무원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블랙 요원 명단 등이 담긴 기밀 자료를 중국 동포(조선족)에게 유출해 논란이 일었던 게 얼마 전 아닌가.
인간 정보(HUMINT·휴민트) 공작을 담당하는 여단장은 올해 1~2월부터 상관인 정보사령관과 대북 공작 기획 임무를 놓고 사사건건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예비역 민간단체가 정보사 비밀 사무실(안가)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령관이 해당 단체를 “내 보내라”고 지시했고 여단장이 “못 뺀다”며 맞서 충돌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욕설이 오갔고 사령관은 여단장을 상관 모욕 혐의로, 여단장은 폭행 및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서로를 국방부 조사본부에 고소했다. 부하들 보기가 부끄럽지도 않나.
두 사람의 갈등 이면에는 여단장이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북 공작을 기획하자 사령관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지난 정권에서 대북 공작 임무 등으로 불이익을 받고 진급이 누락된 여단장이 육군사관학교 3년 후배인 사령관 부임으로 불화가 이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기에 여단장이 직속상관인 정보사령관과 정보본부장(중장)을 건너뛰고 국방부 장관에게 직보한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두 사람 불신이 더 커졌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지휘라인에 있는 국방부 장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장관의 부적절한 처신이 정보사 분란의 빌미가 되지는 않았는지 따져 봐야 한다.
휴민트 자산을 키워내는 데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수백명의 대공 전문 요원이 정보기관을 떠났다. 지난 정부에서는 적폐로까지 몰렸다. 이런 마당에 정보 유출에다 집안 싸움까지 벌어졌다. 정보사가 대주변국 방첩 활동은 고사하고 대북 첩보수집이나 온전히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정보사 기강을 다잡는 일을 소홀히 해선 안 될 일이다. 방첩이 무너진 국가의 운명은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될 것임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