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아먼드 듀플랜티스(24·스웨덴·사진)가 중력을 거스르는 놀라운 도약으로 올림픽 역사를 새로 썼다. ‘번개맨’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이후 가장 ‘핫’한 육상 스타로 떠오른 듀플랜티스가 파리의 밤하늘을 금빛으로 수놓았다.
듀플랜티스는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마치 하늘을 날 듯 6m25의 아찔한 높이를 넘어 세계신기록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파이더맨’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듀플랜티스의 도약은 마치 거미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듯했다. 5m70부터 시작해 5m85, 5m95, 6m00까지 모두 1차 시기에 성공하며 단 네 번의 점프 만에 여유롭게 금메달을 확보했다. 2위 샘 캔드릭스(미국)는 595, 3위 엠마누일 카랄리스(그리스)는 590으로 경기를 마쳤다.
듀플랜티스의 도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6m10을 넘은 듀플랜티스는 바를 6m25로 올려 세계 신기록을 넘봤다. 1, 2차 시기에서 바를 건드렸지만, 3차 시기에서 마침내 성공했다. 자신이 올해 4월 세운 세계기록 6m24를 1㎝ 경신하는 순간이었다. 경기장은 환호로 가득 찼고, 듀플랜티스는 이에 화답하듯 두 팔을 벌리고 관중석으로 달려갔다. 이날 경기장에는 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도 찾아와 듀플랜티스의 세계신기록 순간을 지켜봤다.
듀플랜티스는 “어렸을 때부터 가장 큰 꿈은 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는 것이었는데, 지금까지 출전한 대회 중 가장 많은 관중 앞에서 할 수 있었다”며 “그 순간이 얼마나 환상적이었는지 아직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정말 실감이 나지 않는, 마치 유체이탈과 같은 경험이었다”고 벅찬 마음을 표현했다.
이로써 듀플랜티스는 2020 도쿄에 이어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올림픽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2연속 우승을 차지한 건 1952년 헬싱키 대회와 1956년 멜버른 대회를 제패한 밥 리처즈(미국) 이후 68년 만이다. ‘인간새’라 불리며 장대높이뛰기의 전설로 여겨지는 세르게이 붑카(우크라이나)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붑카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단 한 번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듀플랜티스의 DNA에는 이미 육상 챔피언의 청사진이 새겨져 있었다. 미국 장대높이뛰기 선수 아버지와 스웨덴 출신 7종경기·배구 선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타고난 재능을 일찍부터 꽃피웠다.
7살 때 이미 3m86을 뛰어넘어 ‘장대높이뛰기 신동’이란 칭호를 얻었고, 10년 뒤인 2018년 유럽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주니어 세계기록인 6m05를 넘으며 ‘신성’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듀플랜티스의 행보는 경쟁자 없는 독주였다. 그의 기록 앞에서 다른 선수들은 그저 구경꾼에 불과했다.
듀플랜티스의 기록 행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장대높이뛰기 실내외 통합 기록 1∼9위(6m25∼6m17)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그는 이제 ‘자신과의 경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