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거래일 연속 날개 없이 추락했던 코스피가 6일 들어 한때 5%를 넘게 급등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변동성 확대는 최근 주식시장을 둘러싼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무엇보다 고용지표와 빅테크 실적 부진에서 비롯된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와 더불어 엔화 가치의 상승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엔화 가치 급등으로 청산에 들어가면서 아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자본시장에 충격을 줬다. 세계일보는 7일자 지면에서 이러한 소식을 전했다. 아울러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상당수가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거나 거수기 노릇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소식도 전했다.
◆변동성 커진 증시 왜?
6일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오후 3시 기준 1달러당 145엔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3일 장중 162엔까지 올라갔다 불과 한 달여 만에 20엔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이 같은 엔화 가치 상승은 지난달 31일 BOJ가 4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0.25%로 올리면서 본격 촉발됐다. BOJ가 추가 인상 가능성과 더불어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한 양적완화(QE) 축소 계획까지 밝힌 데다 미국을 둘러싼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 확대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엔화 강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앞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상당수 투자자는 싼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전략을 활용했는데, 엔화 가치 급등에 따라 속속 청산에 들어갔다. 그 결과 엔화를 빌려 투자한 자산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왔고, 이는 아시아 중심 글로벌 증시에서 과매도로 이어졌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자금만 세계적으로 20조 달러(약 2경6700조원)로 추산된다.
다만 증권가에선 일단 엔화 가치 상승이 진정 국면으로 돌입했다고 내다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급락이 일본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방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본 정부와 BOJ가 더는 엔화 강세를 용인하지 않을 여지가 크다”며 “과도했던 엔화 약세 포지션이 상당 부분 청산된 점도 엔화의 추가 강세 심리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 엔·달러 환율 하단을 140엔으로 전망한다”며 “엔화 강세에 따른 기업 실적의 둔화 가능성, 증시 급락, BOJ의 7월 금리 인상 전망에 대한 시장의 회의감 등을 감안하면 추가 강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엔고’ 진정 국면 돌입에 따라 일본 증시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이날 사상 최대폭의 상승을 보였다. 사상 최대폭의 하락을 보인 전날과는 정반대의 움직임이다.
실제로 일본 재무성과 금융청, BOJ는 3자 회의를 갖고 크게 출렁이는 증시에 대한 대응, 외환시장에서의 엔화 흐름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3자 회의는 지난 3월 이래 약 5개월 만으로 엔화 약세, 원유 가격 급등 등 금융·자본시장 급변 때마다 부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3자 회의는 금융 당국이 불안한 증시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시장 혼란을 억제하려는 목적이 있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도 일단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간밤에 발표한 7월 비제조업(서비스업) 경기선행지수는 51.4로 전월 대비 상승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미국 경제 활동이 아직 확장 국면에 있다는 얘기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엔 캐리 청산, 미국의 경기침체, 인공지능(AI) 반도체주 고점 논란 등이 동시에 터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졌고 시장이 과도한 충격을 받았다”며 “이제 마무리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고 이런 요인이 주가에 반영돼 바닥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미국 증시 내 경기침체에 대한 경계심리가 지속되면서 변동성 확대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산운용사 의결권 행사 중 95% ‘찬성’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펀드 보유 주식 중 의결권 공시대상 법인 9349개사(전체 펀드 보유 주식의 4.8%) 중 의결권을 행사한 법인은 59% 수준이었다. 의결권의 94.6%는 안건에 대한 찬성표가 행사됐다.
금감원이 274개 자산운용사가 올해 1분기 공시한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내역을 점검한 결과 96.7%(265개사)는 의결권 행사·불행사 사유에 대한 구체적 판단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주주총회 영향 미미(31.8%), 주주권 침해 없음(25.9%), 특이사항 없음(10.9%) 등 형식적인 기재만 이뤄졌다.
지난해 10월 개정된 자산운용사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운용사는 투자자가 의결권 행사 여부의 적정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의결권 행사 관련 내부지침을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121개사(44.2%)는 법규 나열 수준의 기본정책만 공시했고, 안건별 행사 근거가 규정된 세부지침은 공시하지 않았다. 가이드라인 개정사항을 반영한 운용사는 51개사(18.6%)에 불과했다.
의결권 행사 내역을 거래소에 공시할 때 공시항목별 작성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운용사도 대다수였다. 246개사(89.8%)는 의안명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고, 233개사(85.0%)는 의안유형을 기재하지 않았다. 198개사(72.3%)는 대상 법인과의 관계를 기재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의결권 행사의 적정성 판단을 위해 1582개 안건을 점검한 결과 71%(1124건)는 행사 사유에 대한 불성실 공시에 따라 적정성 판단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안건 중 7.3%(114건)는 펀드가 1%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합리적인 사유 없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내부지침과 다르게 행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등을 통해 자산운용업계가 스튜어드십 코드에 적극적으로 가입하고 실천하도록 지속적으로 독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