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무대 첫 발을 내딛자마자 파란을 일으킨 이은혜(29·대한항공)가 한국 여자탁구의 12년 묵은 한을 풀어냈다.
6일(현지시간)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8강전에서 이은혜는 세계랭킹 32위 린다 베리스트룀을 3-1(2-11 11-7 12-10 12-10)로 제압했다. 세계랭킹 44위 이은혜의 예상 밖 활약에 힘입어 한국은 스웨덴을 3-0으로 완파하고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오광헌 감독은 밤을 새워 고민한 끝에 올림픽 첫 출전인 이은혜에게 단식 두 경기를 맡기는 승부수를 던졌다. 수비형 선수인 베리스트룀을 상대로 고전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오 감독은 이은혜를 믿기로 했다.
이 판단은 적중했다. 이은혜는 첫 세트를 2-11로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이내 안정을 찾았다. 2세트를 11-7로 가져온 뒤, 3, 4세트에서는 듀스 접전 끝에 모두 12-10으로 따내며 값진 승리를 일궈냈다. 특히 마지막 두 세트에서 보여준 집중력은 오 감독의 믿음에 완벽히 부응하는 것이었다.
경기를 마친 이은혜는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세리머니로 승리의 기쁨을 표현했다. 이은혜는 “정말 승리가 간절한 경기여서 자동으로 그렇게 기도를 드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제보다는 빨리 경기 분위기에 적응이 된 것 같다”면서 “첫 세트는 내줬지만, 빨리 잊어버리고 상대 구질에 적응하면서 경기를 잘 운영한 것 같다”고 승리 과정을 되돌아봤다.
이은혜는 팀 동료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첫 단식은 부담이 있는데, 앞에서 복식을 말도 안 되게 쉽게 이겨줘서 나도 자신감 있게 경기할 수 있었다”며 전지희(32·미래에셋증권)와 신유빈(20·대한항공)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번 4강 진출로 한국 여자탁구팀은 메달 획득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준결승에 오른 대표팀은 이제 1승만 더 올리면 2008년 베이징 대회 동메달 이후 16년 만에 이 종목 메달을 수확하게 된다. 한국은 한국시간 8일 오후 10시에 준결승전을 치르며, 상대는 중국-대만 경기 승자, 그중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