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공감사 통한 청렴 혁신으로 국가 발전 초석 다지자

요즘 ‘감사’를 소재로 만든 드라마가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한다. ‘감사’라는 직무가 처음으로 중심이 되어 신선함도 있겠지만 흥미진진한 추리와 수사극 같은 박진감이 나름 재미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수사와 감사는 다른 점이 있다. 수사는 범법행위의 사실관계를 파헤치고, 일벌백계를 통해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감사는 법규위반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진상파악은 물론 비리의 원인과 환경을 분석하여 재발을 방지하고, 조직의 건전성과 효율성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 감사에서 처벌은 조직의 투명한 발전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전영상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 회장

이러한 측면에서 공적 영역의 감사업무는 국가사회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 감사를 통해 조직과 사회의 청렴성을 제고하고 조직의 건전성과 효율성을 향상함으로써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청렴도를 평가하는 2023년도 국가투명성지수를 살펴보면, 선진국이기에 투명성이 높은 것이 아니라 투명성이 높기 때문에 선진국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 청렴도는 세계 32위이다.

부패권력이 어떻게 국가를 파괴하는지를 다룬 책을 보면, 불공정은 교조주의적 저항을 낳고, 부패는 이를 키운다. 결국 불공정한 사회와 부패한 정부가 국가를 파괴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사회적 불공정과 공직 부패는 국가 발전의 걸림돌이자 망국의 원인인 반면, 공적 영역의 높은 투명성은 국가 발전의 확고한 토대라 유추될 수 있다. 따라서 국가 발전의 대전제는 청렴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나라를 확실한 선진국으로 자부하기에 주저하게 되는 것도 청렴도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국가와 사회가 덜 발전해서 투명성이 낮은 것이 아니라 청렴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만큼 국가가 더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공적 영역의 건전성 확보가 우선이다. 공직사회 청렴도 향상을 위해서는 조직 비전과 유인보상책의 제시와 함께 일벌백계의 노력이 어우러진 삼위일체 전략이 필요하다.

국가와 조직의 바람직한 미래를 설정하고 거기에 적합한 행태와 문화가 공직자 개개인에게 체화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로드맵과 실천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청렴도 향상 전략이 요구된다. 공직사회는 규제와 절제가 필수적이지만, 비현실적인 내핍만 강요되어서는 안 된다. 현실을 외면한 강요는 새로운 비리와 잘못된 관행을 양산할 수 있다. 단순한 도덕적 해이라도, 만연될 경우 더 큰 집단비리를 낳는 씨앗이 될 수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양상을 방치하거나 조장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최근 청탁금지법 시행령의 음식물 등 가액범위 조정은 더욱 의미가 있다. 오랜 시간 지루한 논쟁과 여론 눈치 보기 속에서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은 매우 고무적이다.

결국 “먹는 문제인데….” 자연스레 청렴을 지켜나갈 수 있는 여건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더 필요하다. 언젠가는 유사한 상황이 올 것이고, 과거의 지루한 혼란이 재현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끝으로, 지속적인 국가 발전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청렴 혁신을 위해서는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이들이 필요하다. 빛이 어둠을 꺼려서도 안 되지만, 더욱 밝아지기 위해서는 스스로 당당할 수 있는 동기부여의 틀도 소중하다.

 

전영상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