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폭염 계속되는데 벌써 전력 경고등, 차질 없도록 만전을

장마 이후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고 휴가로 멈췄던 제조업 공장들이 이번 주 들어 일제히 가동을 재개하면서 전력 수급에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5일 오후 5시 기준 전력 수요가 역대 여름철 최대치(93.8GW)를 기록한 데 이어 다시 기록 경신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력 위기의 경고등 역할을 하는 전력예비율은 2년 만에 한 자릿수(9.0%)로 떨어졌다. 이번 주 전력 사용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 당국은 초미의 경각심을 갖고 전력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대처해야 할 것이다.

전력 당국은 다음 주까지를 전력 수요의 고비로 보고 있다. 한국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무더위가 이어질수록 냉방 수요가 점증하는 전기 소비 패턴상 이번 주에 2022년 12월 기록한 역대 최대 수요(94.5GW) 돌파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과거엔 더위가 한풀 꺾였던 8월 셋째 주에도 올해는 수도권의 낮 기온이 30도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력 수급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022년 이후 3년 연속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 기록이 깨진 걸 봐도 그렇다. 정부는 올여름 최대 104.2GW 공급능력을 갖췄다고 하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이상 기온에 따른 에어컨 사용 증대 등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데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4년 만에 1.4GW급 신형 원전 3기가 넘는 수요가 늘어났다. 그럼에도 전체 원전 25기 가운데 8기가 멈춰 있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월 올여름 전력 수급 전망·대책 발표 때 원전 25기 중 21기를 운전하겠다고 밝혔지만, 월성 4호기에 이어 1.4GW급인 신한울 1호기까지 지난주 고장을 일으키면서 현재 가동 원전은 17기에 그친다. 최대 전력량이 필요한 시점에 원전이 풀가동되지 않는 건 우려스러운 일이다.

국가 핵심 인프라인 전력은 안정적 공급이 필수다. 전력대란은 국민 생활과 산업현장에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상을 입히는 만큼 당국의 비상한 대응이 요구된다.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2029년 한빛원전부터 예상되는 사용후핵연료의 임시저장 포화를 막고 원전의 안정적 가동을 위해선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법안 처리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더불어민주당도 법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고 밝힌 만큼 대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