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정 협의체’ 구성 가닥, 민생 법안부터 신속히 처리해야

여야 원내대표 한목소리 반가워
尹·李도 형식 따지지 말고 만나야
간호법 처리로 협치 모습 보일 때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영수회담, 여야정 정책협의체 구축,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중단 등을 대통령실에 제안했다. 고물가와 전례 없는 폭염 등으로 서민의 삶이 피폐해지고 여야 대치 정국에 국민 피로감이 극에 달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대 야당의 제안은 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대통령실은 영수회담에 대해 “특별한 입장이 없다”며 신중한 자세이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만나야 할 것이다. 영수회담이 성사된다면 민주당 전당대회일인 18일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에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어제 “정부 대책에 따른 입법적 조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 간 상시적 정책협의 기구를 구축해야 한다”고 하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도 기다렸다는 듯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구성해 국민을 위해 일을 하는, 민생을 위해서 여야가 함께 일하는 국회로 복원시키겠다”고 화답했다. 여야는 이미 혹서기 취약계층 전기요금 감면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22대 국회 개원 두 달여 만에 여야의 손뼉 소리가 나니 협치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 한다.

 

억울하다고 할지 모르나 힘센 민주당이 먼저 변해야 한다. 민주당이 이번 제안에 진정성이 느껴지게 하려면 이미 거부권이 행사된 양곡관리법 등 입법폭주 열차를 멈춰 세워야 한다.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기도 하고, 여야의 쟁점 또는 논란이 큰 법안을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다. 그걸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이 입법 폭주하는 것은 대통령을 압박해 위기로 몰아넣겠다는 의도 아니었나.

 

엊그제 민생을 챙기기 위해 발족한 공부모임인 ‘경제는 민주당’을 보는 국민이 헷갈려 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민주당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부터 해야 한다. 중동 전운, 예측불허의 미국 대선 등 외부 상황까지 감안한다면 견해차가 크지 않지만 정쟁 속에 방치된 주요 민생 법안부터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여야가 의견 접근을 이룬 간호법과 전세사기피해자특별법은 물론 올 연말이 일몰시한인 K칩스법과 고준위방폐장법 처리 역시 화급한 일이다.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를 두고 여전히 여야 입장이 엇갈리지만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시급히 폐지해야 마땅하다. 영수회담과 여야정 정책협의체가 정치 복원의 돌파구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