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새 지도자에 ‘강경파’ 신와르… 중동 전운 최고조

2023년 10·7 이스라엘 기습 공격 주도
이 암살 대상 1순위… “하루 빨리 제거”
휴전 협상 먹구름… 美 “긴장완화 집중”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암살된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 후임으로 작년 10월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주도한 가자지구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를 선출했다. 외교 활동과 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정치국장에 오른 하마스 내 강경파 신와르는 이스라엘의 암살 대상 1순위다.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더 깊어지는 가운데 신와르 선출로 중동에서 ‘강대강’ 대치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가자지구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오른쪽). EPA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알자지라 등은 하마스 4개 지부를 대표하는 50명으로 구성된 협의 기구 슈라 위원회가 신와르를 새 지도자로 선출했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텔레그램 성명을 내고 “순교자 하니야 사령관 뒤를 이어 신와르 사령관을 정치국장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가자지구 칸유니스 난민촌에서 태어난 신와르는 1987년 하마스 창립에 참여해 보안조직을 맡았다. 1988년에는 이스라엘 군인 2명을 살해하고 팔레스타인 측 정보원 4명을 죽이려고 계획했다 발각돼 이스라엘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2011년 이스라엘과 포로 교환의 일환으로 22년 수감 끝에 석방됐다. 하마스에 복귀한 그는 2012년 하마스 정치국 위원장으로 선출됐고, 2017년 하니야 후임으로 가자지구 지도자에 뽑혔다.



하마스 새 지도자로 신와르가 선출됐다는 소식에 이스라엘은 적개심을 드러내며 “하루빨리 그를 제거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하니야의 후임으로 테러리스트인 신와르를 임명한 건, 하루빨리 그를 제거하고 이 사악한 조직(하마스)을 지구상에서 없애야 하는 또 다른 이유”라고 적었다.

이스라엘이 강하게 분노한 건 신와르가 이스라엘인 1200명을 살해하고 250여명을 인질로 잡았던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신와르에게 40만달러(약 5억5000만원) 현상금을 걸기도 했으나, 현재 행방은 묘연한 상황이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그의 행방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단 3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에도 먹구름이 끼며 중동 내 위기감은 고조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카타르에 거주하던 하니야와 달리 가자지구에 은신 중인 신와르에겐 “카타르 협상장에서 추방하겠다”는 위협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휴전의 희망이 어두워졌다”고 짚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 입장에선 신와르를 선택한 것이 도발적인 조치로 보일 수 있다”며 협상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미국 정부는 하니야 암살과 관련해 이란 측이 아직 보복 공격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긴장 완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란 또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대응이 시작됐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긴장 완화의 가능성”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