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확정해 진영을 갖춘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일(현지시간) 양자·다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모두 앞서나가는 등 파죽지세의 기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다자 구도가 되면 민주당 후보에 불리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할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6일(현지시간)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미국 공영방송 NPR과 PBS뉴스가 여론조사 기관 마리스트에 의뢰해 지난 1~4일 등록유권자 1513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 시 51%의 지지율로 앞서나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3%포인트 뒤진 48%였다.
같은 기간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등 무소속 출마 예상자를 모두 포함하는 다자 구도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은 48%로 37%를 기록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앞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이던 때는 민주당 진영에선 케네디 주니어 등의 출마로 다자 구도가 되면 지지성향이 비슷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데 젊고, 더 진보적인 해리스 부통령으로 후보가 바뀌자 다자구도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이 앞서는 여론조사가 나온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당적이 없는 무당파 유권자 사이에서도 53%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44%)보다 앞서 중도 확장 능력을 보여줬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핵심 경합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템플대학에서 월즈 주지사와 가진 첫 합동 유세를 통해 팀워크를 자랑했다. 월즈 주지사는 “우리에게 91일이 있다. 우리는 잠은 죽은 다음에나 잘 것”이라며 “나는 매일 해리스 부통령의 등 뒤를 지킬 것”이라고 말하며 유머감각을 보여줬고, 이를 지켜보는 해리스 부통령의 얼굴엔 웃음이 퍼졌다. 해리스 부통령은 월즈 주지사와 이전부터 알고 지낸 인연이 있지는 않지만 지난 4일 러닝메이트 최종 면접에서 그와 만나 ‘따스한 케미’를 발견했다고 한다. 특히 백인 남성으로서 진보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 퇴역 군인으로서 군 복무 경력자를 우대하는 미국인들에게 호소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월즈 주지사는 유세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아버지의 권유로 17살에 군에 들어갔다. 24년간 자랑스럽게 복무했고, 군의 지원을 받아 대학을 졸업했다”고 소개했다. 월즈 주지사 부친은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듬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확정됨으로써 재편된 양당의 부통령 후보 경쟁도 이번 미국 대선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다. 월즈 주지사와 지난달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된 J D 밴스 오하이오 상원의원 모두 서민 가정에서 성장한 백인 남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모두 군 복무 경력이 있다. 하지만 월즈 주지사는 고교 교사, 풋볼 코치, 예비역 군인 등 다소 평범한 사회 생활을 거쳐 정계에 진출한 반면 밴스 의원은 예일대 로스쿨 졸업 후 실리콘밸리에서 밴처캐피털리스트로 일하고, 베스트셀러가 된 자전적 소설을 출간하는 등 사회적으로도 성공의 정점을 달렸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정치적 성향은 각각 진보와 강경 보수로 정반대 성향을 가졌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오는 12일(현지시간) 자신의 새로운 지지자 중 한 명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만난다고 밝혔다. 이전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머스크는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한 뒤 지지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대세론을 굳혀가다가 해리스 부통령의 등장 이후 궁지에 몰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머스크와의 회동을 통해 대선 정국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