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2021)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등을 받은 한국계 정이삭(46) 감독이 할리우드 재난 블록버스터 ‘트위스터스’로 돌아왔다.
영화 홍보차 한국을 방문한 정 감독은 7일 서울 용산구 한 영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린 시절부터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걸 좋아했다”며 “이번에 블록버스터를 연출해보니 꿈을 이룬 것 같다”고 말했다.
14일 개봉하는 ‘트위스터스’는 미국 오클라호마주 대평원을 배경으로 거대한 토네이도에 맞서는 내용의 재난 블록버스터다. 토네이도를 쫓는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갖게 된 연구원 케이트, 위험에 중독된 듯 토네이도를 생중계하는 유튜버 타일러가 대자연에 맞서면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서사를 담았다. 할리우드 영화 ‘트위스터’(1996)의 속편이지만, 원작을 보지 않아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 이 작품은 지난달 19일 북미 지역 개봉 당시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역대 재난 영화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정 감독은 “처음엔 ‘내가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보니 두려워지더라”라며 “두려워서 이 영화를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두려움이 영감과 성장 기회를 주는 것 같다”며 “차기작 역시 어떤 것이든 긍정적인 도전적이 될 작품을 선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위스터스’에는 토네이도 특유의 소용돌이와 무시무시한 악천후가 수시로 등장한다. 정 감독은 이런 장면들에 대해 “시각특수효과(VFX)에 의존하기보다 가능한 한 야외 촬영을 많이 하고 싶었다”며 “생동감을 불어넣으려고 했다. 한 샷 한 샷에 어떻게 에너지를 담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주연 배우 데이지 에드가 존스, 제작 총괄 프로듀서 애슐리 J 샌드버그가 함께했다. 샌드버그 프로듀서는 정 감독을 택한 데 대해 “개인적으로 ‘미나리’의 팬”이라며 “(정 감독과 일해본) 루카스 필름의 친구가 감독님에 대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고 특수효과, 거대한 규모의 현장에서도 능력을 잘 발휘한다고 귀띔했다”고 전했다.
주연 케이트를 연기한 에드거 존스는 “영화 속 날씨는 인간의 내적 감정을 표현하는 장치 같다”며 “토네이도는 케이트가 극복하려는 트라우마, 내적 괴물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