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 고진영 "나라 대표한다는 마음에 시작부터 눈물이"

"첫 홀에 눈물을 참기가 힘들었어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메이저대회를 비롯해 숱하게 큰 대회를 치르고 우승을 일군 고진영에게도 올림픽이 주는 무게감은 남달랐나 보다.



고진영은 7일 프랑스 파리 인근 기앙쿠르의 르골프 나쇼날(파72)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골프 1라운드를 마치고 취재진을 만나 "첫 홀 티샷 지점에서 '대한민국의 고진영'이라고 소개될 때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후원사 옷을 입고 경기할 때와 태극기만 달고 하는 게 다른 느낌이다. LPGA 투어 대회를 할 땐 몇 승을 했다거나 여러 가지가 붙는데, 여기는 나라의 대표라는 것만 있으니까… 울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LPGA 투어에서 통산 15승을 올린 고진영은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 이어 생애 두 번째 올림픽에 나섰다. 세계랭킹 2위를 달리며 메달 기대감 속에 나선 3년 전엔 공동 9위에 올랐던 그는 메달에 재도전한다.

고진영은 "국가대표로 나와서 경기하는 대회들은 조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면서 "이번 대회 남자 경기 마지막 날 김주형이 울었던 마음도 알 것 같다"고 했다.

큰 책임감이 경기 결과로는 이어지지 못한 하루였다.

이날 고진영은 10번 홀까지 보기 2개와 더블보기 하나가 나오며 고전했다.

11번 홀(파3)부터 버디 4개가 나오며 반등한 그는 17번 홀(파4) 보기를 묶어 1라운드를 1오버파로 마쳤다.

고진영은 "전반에 추워서 적응하기가 좀 힘들었다. 초반에 실수를 많이 하고서는 '내가 뭐 하고 있는 건가'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도 후반이 좋아서 다행이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자평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는 아이언과 퍼터를 교체하는 등 준비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고진영은 "아버지가 경기를 보시다가 '아이언을 드는 게 힘겨워 보인다'고 하셔서 무게를 재 보니 무겁기는 하더라"면서 "나이가 들어 힘이 떨어지기도 했으니 좀 가볍게 바꿨다. 오늘은 그런 부분이 많이 안 나타났지만, 공의 탄도 등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퍼터는 아마추어 국가대표로 활약하던 고등학교 때부터 20대 초반까지 썼던 것을 다시 들었다.

"그때가 제가 퍼트를 제일 잘했다"고 전한 고진영은 "집에 퍼터가 20∼30개 정도 있는데, 연습하다가 그게 눈에 들어와서 쳐 보니 옛날 감이 딱 나더라. 프로가 된 이후 퍼터 선택 기회가 많아지면서 '배신'을 했다가 다시 찾았는데, 오늘 톡톡히 할 일을 했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이 코스에선 페어웨이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고, 그린도 정교함을 요구해서 영리하게 경기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러프가 길고 페어웨이가 들어와 있는 부분이 많아 운도 필요하다"면서 "모든 홀에 집중을 잘해야 할 것 같다"며 남은 라운드 각오를 다졌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