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약이, 만리장성을 넘어라’
분명 쉽지 않은 상대지만, 더 높은 곳으로 가려면 반드시 넘어야 한다.
신유빈(20·대한항공)과 전지희(32·미래에셋증권), 이은혜(29·대한항공)로 구성된 여자 탁구 대표팀은 8일(현지시간) 오후 3시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준결승에서 중국과 맞대결을 치른다.
객관적 전력은 분명 열세다. 중국 대표팀은 세계랭킹 1,2,3위가 나선다. 이번 올림픽 여자 단식 결승에서 대표팀 동료인 첸멍에게 패했지만, 순잉샤는 여전히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있다. 한국 선수들을 상대로도 절대 우세를 점하고 있다. 한국의 ‘에이스’인 신유빈은 순잉샤에게 6전 전패를 당했고, ‘NO.2’인 전지희도 순잉샤를 만나 7전 전패를 당했다. 이은혜는 딱 한 번 맞붙어 1패를 당했다.
첸멍은 이번 여자 단식 금메달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지난 6일 새롭게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첸멍은 4위에서 2위로 올랐다. 올림픽 단식 챔피언에 오른 게 반영된 결과다. 첸멍 역시 한국 선수들을 상대로 압도했다. 신유빈은 이번 올림픽 4강전 패배를 포함해 역대 전적 2패로 밀리고 있고, 이은혜는 첸멍과 맞대결 기록이 없다. 전지희는 첸멍에게 8번 패했지만, 딱 한 번 승리했다. 2019 T2 다이아몬드 싱가포르 8강에서 첸멍을 만나 풀게임 접전 끝에 4-3으로 승리한 바 있다.
첸멍에게 세계랭킹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한 단계 내려앉은 왕만위도 전지희를 5전 5승으로 압도하고 있고, 이은혜도 한 번 만나 승리를 거뒀다. 신유빈은 왕만위와 맞대결 전적이 없다.
한국 세 선수와 중국 세 선수의 역대 전적을 종합하면 한국은 1승30패로 밀린다. 바늘구멍과 같은 확률을 뚫어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한국으로선 준결승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선 1경기인 복식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으로선 그나마 잡을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게 복식이다. 여자복식 세계랭킹 2위인 신유빈과 전지희가 나서는 복식에서 첸멍-왕만위가 나서는 복식을 이긴다면 남은 단식 4경기에서 어떻게든 2경기를 따낼 수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물론 순잉샤가 2,5단식에서 나설 것으로 예상돼 단식 2경기를 따내는 게 쉽진 않지만, 복식마저 내줄 경우 올해 2월 열렸던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8강 때처럼 또 다시 0-3으로 완패당할 수 있다.
다만 복식에서 신유빈-전지희 조를 내면 이은혜를 2단식, 5단식에 내야 한다. 현재 여자 탁구 대표팀에서 단식 폼이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에이스인 신유빈이다. 신유빈을 단식 2경기에 내려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 금메달을 따낸 신유빈-전지희 조를 포기해야 한다. 이래저래 딜레마다. 과연 오광헌 감독이 어떤 오더를 들고나올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