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찍는 남자’, 현장경영과 소통으로 공기업 혁신 이끈다 [박희준의 인물화(話)⑥ 이계문 남양주도시공사 사장]

‘꽃을 찍는 남자’. 이계문(64) 남양주도시공사 사장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그는 생활 주변에서 꽃을 만날 때마다 휴대전화를 꺼내든다. 2013년 8월 주미한국대사관의 공사참사관(재경관)으로 근무할 때부터 찍었으니 햇수로 11년이다. 그간 찍어 둔 사진만 3만1000장 가량이 된다. 꽃 종류로는 2000종은 될 듯 하단다.

 

지난달 6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이계문(64) 남양주도시공사 사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현장을 찾고 직원들과 시민들과 소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이 사장이 경기도 남양주 도시공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양주도시공사 제공  

관록이 붙다보니 지금은 언제, 어디쯤 어떤 꽃이 피었을지 훤히 안다. 꽃을 보면서 인생을 다시 본다. 같은 꽃이라도 아침에 본 것과 저녁에 본 것이 다르다. 인생이 그렇지 않은가. 같은 사람인데도 시간이 지나, 환경에 따라 달라지니 말이다. 요즘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매일 꽃사진을 올리고 꽃말을 소개하고 있다.

 

2018년 27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공공기관장으로 옮긴 그의 활약상은 두드러진다. 서민금융진흥원장을 맡아서는 고금리로 돈을 빌려야 하는 서민들에게 더 낮은 금리 이용을 중개하는 맞춤대출서비스 실적이 재임 3년간 5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7월 남양주도시공사 사장을 맡아서는 찾아가는 서비스로 민원을 크게 줄이고 시 재정에도 추가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취임 첫날부터 취임식을 하지 않고 현장을 찾아 주민과 민원인을 만나 소통하고 조직문화를 확 바꾼 결과다. 지난 5일 남양주에서 만나 인터뷰를 했다.

 

 

◆“워싱턴 근무시절부터 꽃 사진 찍어”

 

―꽃 사진을 찍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주미대사관에 근무할 때 워싱턴 싱크탱크를 걸어서 자주 갔다. 가다보니 꽃들이 예뻐 찍기 시작한 게 이렇게 됐다.”

 

―지금도 사진을 찍는지. 이미 다 찍었던 꽃들 아닌지.

 

“한 번씩은 찍었던 꽃이지만 습관이 되다 보니. 그리고 꽃이라는 게 볼 때마다 다르다.  아침에 찍은 것 하고 저녁에 찍은 게 다르다. 느낌도 다르다.”

 

―워싱턴과 서울에서 꽃 사진을 찍는 환경이 다를 것 같다.

 

“워싱턴에는 단독주택이나 타운하우스가 많아서인지 꽃 종류도 다양하다. 집 주인 취향이 달라서 그런지 꽃도 다 다르다. 우리는 아파트 문화라서 그런지 꽃이 다 비슷비슷하다. 다양성이 없다고나 할까. 계절별로 다 다르다. 서울에서는 중앙박물관이 꽃 사진 찍기가 좋다. 거기에는 우리나라 고산지대에서 나는 나무나 꽃을 많이 심어놓았다.”

 

―꽃을 찍으러 찾아다니나. 아니면 지나가다 보이는 꽃을 찍나.

 

“산을 찾아다니면서 전문적으로 찍는 분들도 있지만, 일상에서 만나는 꽃을 찍는다. 새로운 꽃이라면 무조건 찍는다.”

 

―사진이 3만장을 넘어가면 관리하는 게 여간 힘들텐데.

 

“카카오스토리에 계속 업로드한다. 일종의 아카이브로 활용한다. 1년반 전 부터 원하는 분들에게 공유를 해 주고 있다. 그런 공유방만 30곳이 넘는 것 같다. 요즘엔 저작권을 생각해서 호 ‘운정’을 워터마크로 넣고 있다.” 

 

―취미로 꽃을 사진으로 찍는 이들이 많지 않은지.

 

“좀 다르다면, 한 송이만 찍으려고 한다. 꽃 무리 보다는 한 송이, 한 송이를 찍는다. 특히 꽃술이 잘 찍혔을 때 기분까지 좋아진다. 찍고 나서 사진을 자르기는 하지만 색조 작업 같은 편집을 하지는 않는다.”

 

 

◆“서울 꽃이 워싱턴보다 다양성 적어”

 

―오래 된만큼 사진도 잘 찍을 것 같은데.

 

“사진 찍는 구도를 자연스럽게 배웠다. 어느 대학원 사진반에서 사진작가의 강의를 들은 적 있다. 풍경 사진을 찍었는데 작가가 다른 수강생들 작품은 다 손보면서도 내겐 ‘잘 찍었다’고 있는 그대로 쓰더라.”  

 

이계문 남양주도시공사 사장이 직접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꽃 사진. 그는 꽃술을 꼭 사진에 담고자 한다. 왼쪽부터 끈끈이대나물, 별꽃도라지, 메꽃. 이계문 사장 페이스북

―꽃을 많이 연구했을 것 같다.

 

“무슨 꽃인지, 꽃말은 무엇인지 찾아보다 보니 많이 알게 된다. 꽃말이 사실 ‘딱 이거다’는 식으로 정통적인 것만은 아니다. 학자들이 붙이는 것도 아니고. 그 꽃의 상징성을 느끼고 여러 사람이 쓰다 보면 그게 꽃말이 된다.” 

 

―지금 이 시기에는 주로 어떤 꽃이 피는지.

 

“겨울을 빼고 꽃이 제일 없을 시기다. 수련 같은 물에 관련한 꽃이 많이 핀다. 연꽃도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 큰 연꽃이 있고 더 작은 수련이 있고, 어리연, 노랑어리연꽃, 황금어리연꽃 등으로 다양하다. 직접 찍고 확인하고 조사하다보니 자연스레 알게 되더라.” 

 

―꽃으로 책을 낼 생각은 없는가.

 

“꽃과 그림을 주제로 칼럼을 쓰고 있다. 나중에 책으로 낼 생각이다. 꽃은 모델료를 내지 않아도 되니 화가들이 많이 그렸다. 다만 그림은 저작권 문제가 있다보니 가져다 쓰는 데 문제가 있다. 옛 작가들 그림을 위주로 하다보면 그림 스타일이 비슷해서 다양하게 쓰기 힘들고, 또 그림 속 꽃이 어떤 꽃인지 정확한 설명이 없어 애를 먹기도 한다.”

 

 

“시간 날 때마다 현장 찾아 소통 경영”

 

―시간이 나면 꽃을 찍듯, 시간 날 때마다 현장을 찾는 걸로 소문나 있던데.

 

“항상 ‘현장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서민금융진흥원장 때도 그랬고 지난해 7월 여기에 와서도 취임식을 안 하고 대신에 현장방문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공사 내 8개 센터별로 주민협의체를 만들고 분기별 간담회를 통해 주민을 만났다. 1년간 간담회만 39차례 한 것 같다. 센터에 가서 직원들과도 수시로 얘기한다.”   

 

―직원들에게 무슨 얘기를 하는지.

 

“3가지 경영 철학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공공기관으로서 대내외적인 투명성,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효율성, 시민과 고객에 대한 진정성이다. 이 덕분인지 물론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1년 새 대민 서비스와 내부 고객인 직원의 불편사항을 빠르게 개선하는 성과를 냈다고 본다.”

 

―현장 방문과 소통은 CEO라면 다 강조하는 것 아닌가. 

 

“공공기관에서 더욱 필요하다. 공공기관에서 혁신이 어려운 게 왜인 줄 아는가. 동기부여를 해 줄 수가 없어서다. 인센티브는 규정으로 정해져 있다. 민간에서는 수익을 내면 성과급을 두둑이 주면 되지만 공공기관에서는 일절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거기다가 민간은 업무가 늘면 조직을 확대하면 된다. 공공기관은 할 수 없다. 안 되는 걸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CEO가 제일 잘하는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 이거 고치자고 주도해야 한다.”

 

―서민금융진흥원 실적도 그래서 가능했군요.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 고객은 모두 어려운 사람들이다보니 숨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 드러내길 꺼린다. 우리가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2018년 10월5일  출근 첫날 취임식을 안하고 바로 관악센터를 찾아 상담부터 했다. 재임 기간 전국 50개 센터를 다 찾아다녔다. 10∼12월 맞춤대출서비스 실적이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30% 늘었다.”(*맟춤대출서비스는 신용이 낮아 20%가 넘는 금리로 돈을 빌려야 하는 이들에 대해 서민금융진흥원이 11% 정도로 낮은 금리의 상품으로 전환하도록 중개하는 서비스다.) 

 

이계문 남양주도시공사 사장은 늘 바쁜 일정 속에서도 산책을 하다가 만나는 꽃을 사진에 담아 오고 있다. 11년간 2000여종의 꽃을 3만1000장의 사진이 담았다. 남양주도시공사 제공

―실적이 계속 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 않나.

 

“8개월 정도 되니 성과가 확 나기 시작했다. 2019년 말 전년에 비해 156% 실적이 늘었다. 그 정도 늘리니 더는 늘리기가 어렵더라.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비대면 방식이다. 24시간 상담 앱과 챗봇을 도입하고 이용자가 입력해야 하는 항목을 33개에서 13개로 대폭 줄였다. 2020년 말 되니 전년 대비 76% 늘더라. 취임 첫해인 2018년과 비교해서는 4.6배 늘어난 것이다.”  

 

 

◆“서비스·업무 획기적 개선한 CEO 꿈”

 

―사장 재임 1년간 공사의 분위기에 변화가 있는가.

 

“시민들이 좋아한다. ‘이렇게 현장에서 자주 보는 사장은 처음’이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 전에는 센터 내 노후 시설물 교체 같은 불편 사항이 있으면 시의원을 통해 민원을 넣어야 했다. 지금은 사장이 직접 간담회에서 얘기를 들어주니 훨씬 편해진 거다.”

 

―남양주도시공사는 어떤 일은 하는가.

 

“개발사업과 도시재생, 정비사업을 물론이고 공용주차장이나 역사 관리 업무도 맡고 있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체육문화과 청소년 관련 시설도 운영관리한다. 산하에 체육문화센터 8곳, 청소년 시설 3곳, 클린센터 빙상장 1곳이 있다. 직원만 730명이다.” 

 

―공사가 시 재정에 기여하는 게 가능한가.

 

“공사 직원들은 시민에게 시설복지를 하는 곳으로 여기기 쉽다. 실행형 공기업이 다 그렇다. 돈을 번다는 생각을 안한다. 지방 공기업이 대부분 적자다. 여기 와서 처음에는 대민 서비스를 강조하다가 공사도 수익을 내보자고 설득했다. 수익을 늘리고 지출을 줄이는 방안을 함께 고민했다. 체육시설의 경우 유휴 공간과 시간을 활용하고 고객이 요구하는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역사내 유휴공간에 꽃자판기, ATM기 등을 유치했다. 개발사업이 어려운 토지는 시에 반환했다. 그렇게 해서 작년에 9억790만원 정도 시 재정에 기여했고 올해에는 25억원이 넘을 것 같다.” 

 

―대장동 개발에서 보듯 개발사업을 하다보면 특혜시비도 일 수 있는데.

 

“제대로 된 개발사업을 하기 위해 금융회사를 돌아다니면서 관계자를 만나고 있다. 직원들한테 강조하는 것이 누군가 개발사업을 하자고 하면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하라고 한다. 좋은 땅이 있다고 가져오지만 실제로는 뒤에 누군가 개발 이익을 노린 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그래서 사전에 주변 토지 소유 상황을 꼭 파악해 봐야 한다.”

 

―어떤 사장으로 직원들에게 기억되길 바라는지.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으로서 현장과 고객중심의 경영혁신을 빠르게 추진하고, 직원들과의 진정성있는 소통을 통해 고객만족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경험이 있다. 남양주도시공사 사장으로서도 독점서비스권을 가진 지방공기업이지만 시민, 직원들과 진정성 있는 소통과 빠른 고객중심 경영혁신을 통해 대민서비스와 업무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성과를 이룬 CEO로 기억되고 싶다.”

 

이계문 사장 프로필

 

△1960년 경기 가평 △조종종합고·동국대 산업공학과 △행정고시 34회 △재정경제부 기획예산담당관실 △주태국대사관 1등서기관 △기획재정부 문화방송예산과장·국방예산과장 △기재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 △주미대사관 공사참사관(재경관) △기재부 대변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 △동국대 석좌교수 △남양주도시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