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걷다, 모던 서울- 식민, 분단, 이산의 기억과 치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지식의날개/ 2만3000원
식민, 분단, 이산.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꺼리는 ‘모던 서울’의 흔적들이다.
‘모던 서울’의 역사는 단어의 세련된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의 근현대는 제국주의의 물결에서 시작된 식민, 전쟁으로 말미암은 국가 분단 체제, 이 때문에 뿔뿔이 흩어진 이산의 기억으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의 중심도시로 기능해 온 서울은 그 모든 역사를 목도해 왔다.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역사적 트라우마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서울의 여러 공간 속에 켜켜이 쌓여 있다. 책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서울의 공간에서 식민, 분단, 이산의 흔적과 만난다. 무의식중에 외면해 온 깊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할 일은 그 상처와 마주하는 일이다.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의 교수·연구진이 ‘모던 서울’의 공간을 걸으며 그 속에 쌓인 아픈 기억을 17편의 이야기에 담아냈다. 일제강점기 경성 사람들의 선망 공간인 화신상회(종로타워), 젊은 룸펜들의 아지트였던 커피숍 낙랑팔라(더플라자 호텔) 등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장소를 찾아 식민지 수도 경성의 모습을 떠올리고, 1945년 해방부터 분단 체제가 굳어지는 1948년까지 백범 김구를 포함한 임시정부 요인들이 임정봉대론, 신탁통치 반대운동, 남북협상 등 굵직한 정치적 사안을 다루었던 경교장, 미소공동위원회가 좌절되자 일부 좌우 세력이 합작을 논의했던 덕수궁 석조전, 해방 정국에서 정당 활동과 교육 활동의 발원지로 활용된 서북학회회관 터, 몽양 여운형 선생이 주도한 조선건국준비위원회 본부 터 등 분단 체제에 항거한 인물과 관련 장소도 함께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