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고개 떨군 ‘불안 세대’… 적신호 켜졌다

친구와 놀기보다 유튜브·게임
급진적인 성장 방식 우려 커져
친구와 놀면서 겪는 작은 도전
훗날 마주할 좌절의 예방 접종
정서발달 열쇠 경험 부족 심화
“틀 가두는 과잉보호 탈피해야”

불안 세대/ 조너선 하이트/ 이충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만4800원

 

스마트폰에 고개를 떨군 채 유튜브 쇼츠폼이나 게임에 몇 시간씩 열중하는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 이 전례 없는 성장기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우려되지만, 아이들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없애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사회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신간 ‘불안 세대’에서 이 아이들이 “화성에서 성장하는 첫 세대가 된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그만큼 급진적으로 새로운 성장 방식이란 의미다. 그는 밖에서 친구와 놀기보다 스마트폰·태블릿을 보며 자란 Z세대(1996년 이후 출생)를 ‘불안 세대’로 규정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이상신호가 켜진 징후는 각국에서 포착된다. 미국 정부는 매년 10대(12∼17세)들에게 정신건강 조사를 한다. ‘슬프거나 공허하거나 우울한 기분’이나 ‘대부분의 일에 흥미를 잃거나 지겨움’을 느꼈는지 묻는다. 주요 우울증 증상에 대한 질문 9개 중 5개에 해당하면 주요 우울증 에피소드를 앓은 것으로 본다. 2010년 이후 이 비율은 여자아이의 경우 145%, 남자아이는 161% 증가했다. 불안 진단을 받은 미국 대학생 비율은 2010년 이후 134%, 우울증 진단을 받은 대학생은 106% 증가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 등에 따르면 10∼14세 미국 청소년의 자살률은 2010년 이후 남자아이는 91%, 여자아이는 167% 증가했다. 영국, 호주 등 다른 영어권 국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조너선 하이트/ 이충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만4800원

저자는 이 같은 현상의 주범으로 스마트폰의 범람, 아이를 과잉보호하는 추세를 꼽는다. 현실 세계의 과잉보호와 가상세계의 과소 보호가 Z세대를 불안 세대로 만들었다.

 

가상세계를 보며 자라는 방식이 왜 문제인지 알려면 아동기의 성장을 이해해야 한다. 아이에게 자유로운 놀이는 배움의 장이다. 친구들과 놀면서 겪는 작은 도전과 좌절들은 훗날 마주할 훨씬 큰 도전에 대비하는 예방 접종과 같다. 아이들에게 약간 신체적 위험이 따르는 놀이는 필수다. 친구와 레슬링이나 가짜 칼싸움을 해봐야 다치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초등학생은 시행착오를 겪고 친구에게 직접 피드백을 받으면서, 중학교의 더 큰 사회적 복잡성에 대응할 준비를 서서히 해나간다. 이런 준비는 숙제나 수업으로 할 수 없다. 당연히 스마트폰이나 비디오 게임으로도 안 된다. 정서 발달의 열쇠는 정보가 아니라 경험에 있다.

신간 ‘불안 세대’는 1996년 이후 태어난 Z세대가 안전 지상주의와 스마트폰 남용으로 밖에서 친구와 놀면서 위험에 대처하는 연습을 하고 정서를 발달시킬 기회를 갖지 못해 ‘불안 세대’가 됐다고 분석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수백만년 동안 변덕스러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 뇌는 ‘발견 모드’와 ‘방어 모드’라는 두 체계로 개선됐다. 발견 모드는 한창 굶주리다가 잘 익은 열매를 발견했을 때 작동한다. 이때는 긍정적 감정에 휩싸이고 당장 달려들 준비를 한다. 반면 방어 모드는 표범 소리를 들었을 때처럼 위협을 감지할 때 작동한다. 몸에 스트레스 호르몬이 넘치고 도망갈 방법을 찾는 데 온 신경을 쓰게 된다. 평생 발견 모드로 사는 사람은 더 행복하고 사회성이 높고 새로운 경험에 열려 있다. 반면 방어 모드에 갇혀 있으면 배우고 성장하는 데 방해가 된다.

발견 모드가 기본 설정이 되도록 뇌를 연결하려면 어린 시절 거칠고 즐거운 놀이에서 스릴을 경험해야 한다. 감독받지 않은 실외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은 위험과 도전에 대처하는 법을 배운다. 새로운 상황에 맞설 수 있는 자신감을 기른다. 이 자신감은 불안에 맞서는 백신이다. 부모의 안전 지상주의는 아이가 스스로를 돌보고 위험과 갈등, 좌절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기 힘들게 한다. 과잉보호는 아동을 취약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힌 어른으로 자라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 일종의 경험차단제인 셈이다. 스마트폰도 두 번째 종류의 경험 차단제이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면, 뇌에 절실히 필요한 경험이 삶에서 밀려나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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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기반 아동기의 해악으로는 수면 부족, 집중력 상실, SNS 중독 등이 있다. 실제 Z세대 대학생의 입학 이후 대학교 상담 센터들이 분주해졌다. 방어 모드로 살아가는 Z세대 학생들이 등장한 후 불안과 우울 같은 심리적 장애가 급증했다. 아동의 뇌회로는 변경되기 쉽기에 스마트폰 몰입이 어른보다 어린이에게 특히 위험하다. 인간의 뇌에서 보상을 추구하는 부위는 일찍 발달한다. 반면 자기 통제나 유혹에 저항하는 데 필수적 역할을 담당하는 전두 피질은 20대 중반이 돼야 완전히 발달한다.

저자는 디지털 시대에 건강한 아동기를 보내기 위한 ‘기본 개혁’ 방안을 제시한다. 일단 14세가 되기 전까지는 스마트폰을 금지하고 기본 휴대폰만 제공해야 한다. 또 16세 미만에는 SNS를 금지하고,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아울러 아동이 어른의 간섭 없이 또래와 어울려 놀고 독립적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