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헤드스핀… 파리 춤판 달군다 [파리 2024]

‘홍텐’ 김홍열 男브레이킹 초대金 도전
LA대회선 종목 빠져 ‘일생일대’ 영광

金, 레드불 대회 3회 챔프… AG 銀도
예선 1위 加 한국계 필립 김 우승후보
마흔 세월 거스르고 강자 제칠지 이목

김홍열(40·도봉구청)은 중학교 2학년이었던 1998년, 반 친구가 보여준 ‘원킥’ 등의 여러 브레이킹 동작을 따라해볼 수 있냐는 질문을 받고 집에 돌아가 해보았다. 의외로 그 동작을 쉽게 해내며 브레이킹에 흥미를 느껴 비보이의 길로 접어들었다. 2001년에 ‘Be B-Boy 2001’에 출전하며 세계무대에 데뷔한 김홍열은 20년 이상 전성기를 유지하며 ‘전설의 비보이’가 됐다.

자신의 이름 홍열에서 딴 ‘HONG10’(홍텐)이란 닉네임으로 유명한 김홍열이 2024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 초대 챔피언에 도전한다. 파리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은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는 빠졌다. 초대 챔피언이 마지막 금메달리스트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브레이킹 댄서들에게는 딱 한 번 허용될 수 있는 영광이다.

살아있는 전설 ‘브레이킹 전설’ 김홍열(홍텐)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초대 챔피언 자리를 노린다. 김홍열이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경기하는 모습. 뉴시스

김홍열은 10일 오후 11시(한국시간)부터 시작되는 ‘비보이’ 예선 조별리그에 출전한다. 이후 8강과 4강을 거쳐 결승까지 오르면 11일 오전 4시23분 열리는 금메달 결정전에 나갈 수 있다. 경기장소는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의 중심지였던 파리의 콩코르드 광장이다.



파리 올림픽에서는 세계 톱 비보이와 비걸 각각 16명이 초대 금메달리스트 타이틀을 놓고 치열한 배틀을 펼친다. 4명씩 4개 조로 나뉘어 라운드로빈을 진행하고 각 조 1, 2위 안에 들면 8강에 오른다. 한 경기가 3라운드로 구성돼 2개 라운드 이상에서 승리를 거둬야 한다.

1984년 12월생으로 불혹에 접어든 김홍열은 전 세계 브레이킹 팬들에게 전설로 남아 있는 춤꾼이다. 독자적인 창의력이 돋보이는 파워무브와 프리즈는 그의 닉네임인 ‘홍텐’이 붙어 불리기도 한다. 세계 최고 권위 대회인 레드불 비씨원 파이널에서 2006년, 2013년, 2023년까지 세 차례 우승했다. 이 대회 3회 우승은 김홍열과 더불어 네덜란드의 메노 판호르프만 달성했다. 김홍열은 이 대회에서 2000년대, 2010년대, 2020년대에 모두 우승한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그만큼 기량을 꾸준하게 유지했다는 얘기다.

‘문화’ 영역에서 이미 수많은 금자탑을 쌓은 김홍열에게 스포츠 영역의 올림픽은 ‘도전’ 그 자체다. 김홍열은 브레이킹이 처음으로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에 정식 종목으로 들어간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신체적인 능력이 매우 중요한 종목인 만큼 시간의 풍파를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전 세계의 비보이, 비걸에게 나이가 들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이번 올림픽에서 비보이, 비걸 두 부문 우승 후보들은 모두 ‘한국계’다. 세계댄스스포츠연맹(WDSF) 올림픽 예선 랭킹 1위로, 캐나다 국가대표로 나서는 비보이 필립 김은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2세다. 비걸 미국 국가대표로 나서는 서니 최도 한국계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을 나온 수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