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향해 춤추는 인어공주들… ‘물속의 예술’ 톱10 노린다 [파리 2024]

‘아티스틱 스위밍 듀엣’ 이리영·허윤서

2012년 런던대회 이후 12년 만에 출전
2000년 시드니 11위 넘어 최고 성적 도전
‘언니’ 이, 세 번째 도전 만에 올림픽 무대
‘신예’ 허, 아티스틱 스위밍의 김연아 꿈꿔
지난 5월 월드컵서 종합 6위 거둬 기대감

한국 선수단은 ‘총(사격)·칼(펜싱)·활(양궁)’에서 금메달을 휩쓸며 2024 파리 올림픽서 위용을 떨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비인기 종목’서 자신만의 도전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다. 불모지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부딪치며 후배들을 위하는 개척자들의 여정 역시 주목을 받는다. 승마 마장마술에 나선 황영식(34)은 지난달 30일 최종 순위 34위로 예선 탈락했으나, 1988 서울 올림픽 서정균(10위) 이후 최고 성적을 썼다. 아시안게임 3연패를 달성한 요트 남자 레이저급 하지민(35)도 파리 무대선 26위로 대회를 마감하며 불굴의 올림픽 5번째 도전을 마무리했다.

또 다른 개척자들이 2024 파리 올림픽을 뜨겁게 달군다. ‘물 속 예술’인 수영 아티스틱 스위밍에 이리영(24·부산수영연맹)-허윤서(19·성균관대) 듀엣이 역대 최고 성적인 ‘톱 10’ 진입을 목표로 수중 연기를 펼친다. 9일 테크니컬, 10일 프리 연기를 선보여 종합 점수로 순위를 가린다.

우아한 연기 한국 아티스틱 스위밍 듀엣 대표팀 이리영-허윤서가 2024 파리 올림픽서 한국 역대 최고 성적인 ‘톱 10’을 정조준한다. 이리영(왼쪽)과 허윤서가 지난 2월 도하 세계선수권에서 연기를 펼치는 모습. EPA연합뉴스

한국에선 ‘수중 발레’라 불리는 아티스틱 스위밍은 다른 수영 종목과 달리 화려한 옷을 입고 예술성과 동작 수행력을 평가하는 종목이다. 경기 도중 물에 빠져 기절하는 선수가 나올 정도로 아름다우면서도 격한 동작을 해내야 하는 종목이기도 하다.



파리 올림픽 아티스틱 스위밍 듀엣 경기에선 18개 팀이 출전한다. 아시아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3개국이 나선다. 그만큼 서양권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한국에선 주목받지 못한 종목이다. 아티스틱 스위밍 듀엣 경기에 한국 선수가 출전하는 것도 2012년 런던 대회 박현선-박현하 자매 이후 12년 만이다.

이리영-허윤서는 쉽지 않은 경쟁 속에서도 한국 역대 최고 성적을 정조준한다. 이 종목 한국의 올림픽 최고 성적은 2000년 시드니 대회 유나미-장윤경의 11위다. ‘톱 10’ 진입을 노리는 이리영과 허윤서는 올해 2월 열린 도하 세계선수권에서 테크니컬 10위, 프리 10위를 차지하며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이들은 지난 5월 2024 국제수영연맹(AQUA) 아티스틱 스위밍 월드컵 2차 대회에선 프리 6위, 테크니컬 7위에 올라 종합 6위를 차지하며 파리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키웠다.

‘언니’ 이리영은 2016년 태극마크를 단 뒤 세 번째 도전 만에 올림픽에 나서 감회가 남다르다. 그는 “올림픽 출전이 얼마나 힘들고 귀한 건지 잘 알고 있다. 혼자가 아니라 윤서와 함께 출전권을 따낸 기쁨이 정말 큰 만큼, 남은 기간 더 잘 준비해서 즐기는 모습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이 종목에 입문한 ‘신예’ 허윤서는 한국 아티스틱 스위밍의 미래로 꼽힌다. ‘피겨 퀸’ 김연아의 등장 이후 한국에서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듯, 허윤서는 아티스틱 스위밍계에서 김연아를 꿈꾼다. 허윤서는 “가서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내고 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