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LH 검단 주차장, 무량판 시공법 몰랐는데 제대로 지었겠나

지난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는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사고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어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관특혜 실태’ 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102개 지구 중 23개 지구에서 부실시공이 있었는데도 LH가 검수·감독 업무를 태만하게 했다고 밝혔다. 무량판 구조 시공 경험이 없는 시공사 등에 시공 방법을 충분히 전파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구조설계 잘못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도 못했다. 이러니 철근이 누락된 ‘순살 아파트’가 지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LH가 2016년 도입한 무량판 구조는 수평보를 설치하지 않고 기둥만으로 상판을 지지하는 공법이다. 벽이 천장 하중을 받는 벽식구조나 보를 받치는 기둥식 구조보다 공간효율이 높고 구조변경이 용이한 데다 층간소음도 적다. 하지만 보를 없앴으니 슬래브에 전단보강근이라는 철근을 충분히 설치해 상판 안전성을 확보해 줘야 한다. LH는 전단보강근 설치 필요성과 시공방법 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 도면을 작성할 때 전단보강근이 누락되거나 설치 위치가 잘못 표기되는 등의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도면 검수 등 구조설계 감독이라도 제대로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설계 잘못을 알고서도 벌점을 부과하지 않는가 하면 요건 미충족에도 품질우수통지서를 발급했다. LH 직원들이 전관 출신 업체들과 유착해 있었으니 제대로 관리·감독이 이뤄졌을 리 만무하다. 한 현장감독자는 직무 관련 전관업체 등에서 상품권 80만원을 받고 베트남·카자흐스탄으로 골프여행을 다녀왔다는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출처가 불분명한 현금 4500여만원을 갖고 있었다고 하니 전관 출신과 유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짐작하게 한다. 이런 부실 감독과 시공에도 큰 인명 사고가 없었던 것은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LH가 이번 감사 결과를 뼈저리게 받아들이고 대대적으로 근본적인 수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설계·시공·감리 등 단계별로 철저한 대책 마련이 뒤따라야 하겠다. 물론 지난해 12월 발표한 공공주택 사업 민간 경쟁시스템 도입 등 혁신방안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2021년 6월 임직원의 땅투기 연루 의혹이 제기됐을 때 “해체 수준의 혁신”을 약속하고서도 흐지부지했던 전철을 이번에도 되풀이한다면 LH 해체라는 국민적 요구에 직면할 것임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