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 번째 채 상병 특검법 발의… 이번엔 여야 합의점 찾기를

더불어민주당이 앞서 두 차례 발의됐다 폐기된 ‘채 상병 특검법’을 어제 세 번째로 다시 발의했다. 여야가 여야정 정책협의체 구성 논의에 착수하는 등 22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협치를 모색하는 시점에 다시 정국을 급랭시킬 민감한 이슈를 꺼내 든 것이다. 더구나 이번 세 번째 특검법은 그 전보다 더 독하고 세졌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 연계해 수사 대상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올린 것이다. 아울러 이번 특검법은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 등의 수사에 대한 방해행위 역시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까지 들여다볼 여지가 생긴 셈이다.

여야는 어제 8월 국회에서 구하라법·간호법 등 비쟁점 민생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그 직후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하니 민주당은 진의를 의심받는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앞에선 휴전 협상에 나올 것처럼 말해놓고 뒤로는 뒤통수 칠 궁리하는 화전양면 전술”(장동혁 최고위원)이라고 날을 세울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진심으로 협치 의지가 있다면 최소한 특검 법안 발의 시점이라도 늦췄어야 했다.



국민의힘도 마냥 반발만 할 게 아니다. 한동훈 대표는 경선 때 채 상병 특검의 제삼자 추천 방식을 제안했다. 한 대표는 친윤(친윤석열)계가 반발한다고 말을 바꿔서는 안 된다. 한 대표 측근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법안 발의는 지금 우리 당에서 반대하는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친한(친한동훈) 계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결과를 보고 논의해 보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얼마나 인내심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공수처는 여야가 정국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도록 수사에 최대한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

여권이 특검법 자체를 끝까지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 여론이 특검법 찬성으로 기울어져 있다. 민주당 역시 정쟁이 목적이 아니라면 무조건 자신들이 발의한 내용만 고집할 게 아니다.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결여된 특검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여야정 협의체의 발족 및 순항을 위해서라도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여야는 한 발씩 물러나야 한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 여야는 다시 극한 정쟁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