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의 13번째 금메달을 따낸 김유진(23·울산광역시체육회)은 결승전에 앞서 지금까지 쏟아낸 땀방울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밝혔다.
김유진은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태권도 여자 57㎏급 결승전에서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를 라운드 점수 2-0(5-19-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태권도연맹(WT)이 올림픽 직전인 지난 6월까지 집계한 겨루기 랭킹에서 24위에 자리한 김유진은 이번 대회에서 정상급 선수들을 줄줄이 잡아내며 이변을 썼다. 키야니찬데는 세계랭킹 2위를 기록하는 선수고 준결승전에서는 꺾은 뤄쭝스(중국)는 이 체급 세계랭킹 1위로 최강자다. 첫판인 16강부터 도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랭킹 5위 하티제 일귄(튀르키예·5위)를 누르고 8강에서는 스카일러 박(캐나다·4위)을 격파했다.
김유진의 반전 서사는 얻어 걸린 행운이 아니었다. 김유진은 준결승 후 “정말 열심히 했다. 지금까지 잘 준비했으니 이제 나를 믿고 가자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김유진은 “나 자신만 무너지지 않으면 된다”며 “항상 경기를 뛰고 나면 후회가 남았다. 이제는 후회 없게 하려고 하는 게 잘 풀리는 이유”라며 강호들을 잡아낸 비결을 밝혔다.
김유진은 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 훈련 과정을 돌아보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관두고 싶을 정도로 정말 힘들게 훈련했다. 내 생각에는 그런 훈련 덕에 계속 이긴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유진은 경기 중에도 고된 훈련의 나날을 떠올렸다고 한다. 뤄쭝스와 준결승전 2라운드에서 김유진은 1-7로 패하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심기일전해 3라운드 초반부터 3연속 머리 공격을 성공해 승기를 잡았다. 3라운드 당시 김유진은 “지금까지 운동했던 게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그걸 생각하면 여기서 지면 정말 안 될 것 같아서 악착같이 했다”고 말했다.
김유진은 16년 만에 이 체급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선수로 기록됐다. 우리나라는 여자 57㎏급에서 2000 시드니 올림픽(정재은), 2004 아테네 올림픽(장지원)에 이어 임수정까지 3연속으로 이 체급 금메달리스트가 배출됐으나 이후로는 메달을 수확한 바 없다. 또한 한국에 13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이는 2008 베이징 대회, 2012 런던 대회에서 한국이 수확한 역대 단일 올림픽 최다 금메달과 동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