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한 주택가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여모(30)씨는 최근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 들고 한숨부터 나왔다.
약 20평(66㎡) 규모에 테이블 예닐곱개를 둔 여씨의 가게는 여름철로 접어들기 전 한 달 전기요금이 30만원 남짓이었지만 지난달 57만원으로 배 가까이 올랐다.
대부분이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인 학생들은 얇은 주머니 사정 때문에 보통 가장 저렴한 메뉴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키고 길게는 하루 종일 머무는 경우도 있다.
식사 시간에는 각종 소지품을 자리에 놔둔 채 밥을 먹고 돌아와 학업을 이어가기도 한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4천1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구매한 손님에 대한 카페의 손익분기 시간은 1시간 42분이다. 1명이 음료 1개를 주문하고 1시간 42분 이상 카페에 머물면 업주 입장에서는 손해라는 얘기다.
테이크아웃이 주력이 아닌 매장은 회전율이 생명인데 오랜 시간 머물며 휴대전화, 노트북 충전까지 하는 손님들로 인해 소소하게 늘어나는 전기료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일부 매장은 콘센트를 막아두기도 했지만, 능사는 아니다.
한 카페 사장은 "전기를 못 쓰게 하면 학생들이 오지 않아 매출이 안 나오고, 전기를 쓰게 하면 회전율과 시간 대비 매출이 줄어들어 매출이 안 나온다"며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카페의 아르바이트생 김모(22)씨는 "한명이 4인 테이블을 쓰며 물건을 벌여놓고 공부하는 일도 잦아 단체 손님들은 매장에 들어와 훑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의자가 42개 있는 이 카페 2층에는 손님이 16명에 불과했지만, 1명이 4인 테이블을 차지한 경우가 많아 새로 온 손님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은 없었다.
대부분 단골과 지역 주민을 상대로 영업하는 개인 카페는 불친절하다는 소문이 날까 봐 손님에게 '바른말'을 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일부 카페에서는 '3시간 이상 체류 시 추가 주문해달라'는 안내문을 붙여뒀지만 지키지 않는다고 쫓아낼 수도 없다.
한 손님은 "이용객들도 이용 시간을 고려해 적절한 금액의 식음료를 주문하는 게 카페와 손님이 상생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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