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응때까지 영원히 사랑"…유머로 전쟁불안 달래는 중동인

'이란 열흘째 보복공격 저울질' 초긴장 상황에도 SNS엔 촌철살인 넘쳐
발빠른 상품화도 눈길…텔아비브서 '내사랑 아이언돔' 셔츠 판매 중

이스라엘과 이란 측의 직접 충돌 위기가 계속되자 당사국 주민들이 긴장된 상황을 유머로 승화하며 불안감을 달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최근 이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정치 지도자가 암살되고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최고위 지휘관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하면서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은 일촉즉발로 치달았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면전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에도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의 해변에서 시민들이 여가를 즐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과 헤즈볼라가 보복공격을 예고하고 이스라엘도 맞대응 의지를 강조한 가운데 해당 국가 주민들은 초긴장 상태 속에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촌철살인 유머를 쏟아냈다.



지난 5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가 엑스(X)에 보복 시기와 관련해 "아마도 오늘이나 내일, 아니면 일주일 이내"라고 언급한 데에 달린 댓글들이 단적인 예다.

언제든 보복공격에 나설 수 있음을 강조하며 위협하는 내용지지만 주민들은 "아내에게 잠자리를 요구했을 때 돌아오는 대답 같다", "(변을 보기 어려우면)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어라" 같은 댓글로 이를 비웃었다.

베이루트의 한 주민은 엑스에 "남부의 이스라엘 접경 지역에서 전쟁이 나면 북쪽 해안으로 가지 뭐"라고 적기도 했다.

이란이 열흘 넘게 보복 공격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을 두고는 이란 안팎에서 농담이 넘친다.

왓츠앱에서는 한 아랍어 메시지가 인기를 끌었다. "나를 영원히 사랑해? 그럼, 우주가 사라지고 별들이 불타고 이란이 보복에 나설 때까지 영원히!"라는 글이었다.

이란의 한 엑스 사용자는 비상식량을 사놓기는 하는데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그래서 공격이 언제라고?"라고 불평했다.

한 인스타그램 사용자는 "우리 이란 사람들은 (정부의) 보복 발언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데 그들(다른 국가 사람들)은 왜 그렇게 받아들이는 걸까"라고 적기도 했다.

이스라엘에서는 발 빠른 상인들이 이란의 보복 위협을 장사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고 WSJ은 전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에도 10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시장에서 시민들이 여느때처럼 장을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텔아비브에서는 이스라엘 방공 시스템을 언급하는 "내 사랑 아이언돔"이라는 글귀가 적힌 티셔츠가 팔리고 있다. 또 술집과 식당에서는 미사일과 관련된 술 게임 카드를 광고한다.

텔아비브에서 메이크업아티스트로 일하는 다이아나 힐렐(34)은 "우리는 이렇게 사는 것에 너무 익숙하다. 모든 것을 유머로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이란 주민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 식료품과 의약품, 현금 등을 마련해 놓는 한편으로 산책과 소풍을 즐기고 운동을 하는 등 일상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을 뿐이다.

텔아비브 인근의 아랍계 마을 자파에 사는 여행사 직원 바르 시타(30)는 언제일지 모르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이란의 보복공격 때문에 불안에 떨기보다는 해변에서 반려견과 놀아주며 하루를 보내는 편을 택했다고 한다.

시타는 보복공격에 대해 "내 운명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며 "미사일이 내 머리에 떨어질 확률보다 복권에 당첨될 가능성이 더 높을지도 모른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