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 못 듣는다

수강생 급감 등 교과운영 고려
2학기 관련 강좌 개설 않기로

서울대가 올해 2학기에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를 개설하지 않기로 했다. 마르크스 경제학은 주류 경제학을 비판하며 학문적 토대를 이뤘다는 평가가 있고 관련 강의는 1980∼90년대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2000년대 들어 학생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강좌 운영까지 중단하게 됐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11일 서울대 등에 따르면 서울대 경제학부는 이번 가을학기에 ‘정치경제학 입문’, ‘마르크스 경제학’, ‘현대 마르크스 경제학’ 등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를 모두 개설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대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는 국내 최초로 자본론을 완역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고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1989년 서울대 경제학부에 부임한 이후 개설됐다. 김 교수가 2008년 2월 정년 퇴임할 때까지 20년간 학부와 대학원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을 가르쳤지만, 이후 서울대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를 후임으로 임용하지 않았다. 이후 강의는 외부 강사를 초빙해 이뤄졌다.

 

이번 결정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들로 구성된 교과위원회에서 교과과정 운영과 강의 수요·공급 상황을 고려해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1990년대는 김 교수가 1990년 번역한 자본론 3권 역자 서문에서 “2학기에는 ‘현대 마르크스 경제학’의 수강생이 1000명을 넘어 추가시간을 강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썼을 정도로 해당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2021년 2학기 93명이었던 정치경제학 입문 수강생은 2022년 1·2학기 각각 34명과 61명, 지난해 1·2학기에는 29명과 25명으로 줄었다. 현대 마르크스 경제학 수강생은 2021년 2학기 13명에서 2022년 2학기 1명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강의가 진행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