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역 잇던 국내 ‘1호 지하철’… 하루 150만명 태워 지구 세 바퀴 [심층기획]

개통 반세기 맞은 1호선

1974년 광복절 종로선 9.54㎞ 개통
육영수 여사 피살로 조용히 치러져
우리기술·인력으로 일군 지하철 첫발

연천∼신창역 구간 총 102개역 달려
탑승객 첫해 2900만명→2.7억명으로
203㎞ 구간… 운행거리 하루 12만㎞↑

1호선서 출발한 K지하철 전세계 각광
2024년 첫 우즈베크 고속철 수출 등 결실

최북단 경기 연천 연천역에서 최남단 충남 아산 신창역까지 약 200㎞ 구간. 50년 전 첫 운행을 시작한 1호선이 현재 달리는 거리다. 서울∼부산 고속도로(약 430㎞)의 절반 정도다. 1호선은 오늘도 수도권을 관통해 남북으로 매일 지구 3바퀴가 넘는 거리를 달리며 곳곳에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지하철 1호선 착공식

◆대한민국 지하철 시대 연 1호선

1974년 8월 15일은 사람들에게 상반된 기억을 남긴 날이다. 광복 29주년을 기념하는 이날 우리나라 최초의 지하철인 1호선 종로선이 개통되며 우리 기술과 인력으로 일군 지하철 시대가 열렸다. 서울역부터 청량리역까지 9개 역을 잇는 9.54㎞ 구간이 이날 개통됐다. 개통식 직전 서울 국립극장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문세광의 총탄을 맞았다. 성대하게 열릴 예정이었던 개통식은 조용하게 치러졌다. 이 여파로 이후 1~5호선 일정도 전면 조정됐다.

1호선 개통 기념식
1호선 개통 기념 승차권

1960년대 이후 급속하게 증가한 인구와 한계에 다다른 지상 교통을 극복하기 위해 서울 지하철이 추진됐다. 개통 초기 지하철은 신문물의 상징이었다. 서울교통공사가 1호선 50주년을 기념해 공모한 수기에는 1974년 지하철 시승 행사 당시 신발을 벗고 역사에 들어왔다는 어르신의 이야기,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약속 장소가 엇갈린 시민의 민원으로 환승역에 통합 출구 번호를 만들었다는 이야기 등이 소개된다.

지하철 1호선 열차

1호선이 개통된 뒤 1980년 2호선, 1985년 3·4호선이 잇따라 개통되며 ‘1기 지하철’이 완성됐다. 육상교통이 전부였던 대중교통체계가 지하철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생활권도 새롭게 형성됐다.



◆200㎞ 넘는 구간 하루 지구 3바퀴 운행

1호선은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옛 종로선 구간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기존 철도망이 연결돼 있는 구조다. 다른 지하철과 달리 철로의 대부분인 90%가 지상에 있다. 지하철과 기존 철도 구간을 모두 합쳐 수도권 전철이라고 부른다.

1974년 개통 당시 74㎞였던 1호선 영업거리는 올해 203.6㎞까지 연장됐다. 하루 운행 거리는 12만8520㎞로, 지구 3.2바퀴를 도는 것과 같은 거리다. 이용자 역시 크게 늘었다. 첫해 2900만명이던 수송인원은 올해 상반기 2억7303만2810명에 이른다. 하루 수송인원으로 환산하면 약 8만명에서 150만명으로 증가한 것이다. 열차 운행 횟수도 1974년 하루 215회에서 현재 841회(주말 730회)로 늘었다. 1∼9호선과 부속선을 모두 합한 전체 서울 도시철도와 광역철도로 확대해보면 노선은 24개, 역은 786개, 총 길이는 1335㎞까지 확대됐다. 교통카드 빅데이터 통합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6월 서울 도시철도 이용자는 1억5913만명으로, 버스(공항·광역·시내·마을) 승객 1억4340만명보다 많다.

 

서울 도시철도와 광역철도가 편리한 대중교통수단이자 만남의 장소로 기능하는 것은 같지만 1호선에는 다른 노선과 구분되는 특징도 있다. 노인 승객 이용률이 높은 노선이라는 점이다. 서울시가 2018년 65세 이상 노인의 무임 교통카드 내역을 분석한 결과 여성이 많이 찾은 목적지는 1호선 청량리역, 1호선 제기동역, 3호선 고속터미널역 순이었다. 시장이나 병원·약국 등을 많이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남성은 1호선 종로3가 이용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미래 향하는 K지하철·철도

1호선 운영에서 시작한 지하철 전동열차와 철도 시스템은 이제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1977년 대우중공업이 처음 지하철 전동열차 국산화에 성공한 뒤 1990년대부터는 현대로템의 전동열차가 수출을 시작했다. 코레일은 2007년 말레이시아 전동열차 150량 개량 컨설팅을 시작으로 철도 설계 및 건설기술 자문, 시스템 컨설팅, 타당성조사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다. 지난해 기준 세계 7개국에서 15개 사업을 진행 중이며 해외사업 누적 수주 금액은 3833억원이다. 고속철도 분야에서도 올해 첫 진출이 이뤄졌다. 현대로템과 코레일은 우즈베키스탄 철도청이 발주한 2억달러(약 2700억원) 규모의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공급 및 유지보수 사업’을 수주했다. 국가 철도망을 구축하고 철도시설·자산을 관리하는 국가철도공단도 2004년 창립 이후 27개국, 91개 사업에서 6657억원을 수주했다. 2022년 모로코 고속철도 설계 용역과 2023년 폴란드 고속철도 설계 용역을 수주하며 한국철도 최초로 아프리카·유럽 고속철도시장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