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 초대하고 나가”…오픈채팅방 ‘신종 학폭’ 논란

피해 학생 개인정보, 업자에 돈 받고 파는 경우도

#. 고등학교 1학년 A양은 최근 학교 친구 B군이 만든 오픈 채팅방에 초대됐다. B군은 A양을 포함한 20명의 친구에게 본인 이름과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와 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인증번호'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A양은 '대체 어디에 쓰이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고민했지만, B군은 단톡을 나가려면 다른 친구를 초대하고 나가야 한다며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

 

겁을 먹은 A양은 자신의 개인정보를 오픈 채팅방에 모두 올렸다. 그는 정보가 어디로 쓰일지 몰라 아직도 밤잠을 설친다.

 

11일 교육계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이런 식으로 SNS 단체 대화방에 학교 친구나 후배를 초대해놓고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사이버 학교 폭력이 늘고 있다.

 

경찰청은 이런 방식의 신종 청소년 범죄 유형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는 경보(제9호)를 지난달 발령했고, 교육부는 경보 내용을 전달받아 17개 시도교육청에 안내했다.

 

인증번호는 본인의 이름이나 생년월일, 보호자 연락처, 보호자 주민등록번호 등을 통해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받은 인증번호로 가해 학생들은 명의자 계정을 해킹하거나, 도박 등 불법 사이트를 무단으로 가입할 수도 있다.

 

피해 학생의 개인정보를 업자에 돈을 받고 파는 경우도 있다.

 

당근 등 중고 물품 거래에서 사기 거래를 하기도 한다. 가령 구매자에게 접근해 선입금 해달라고 하면서 물건을 발송하지 않는 식의 사기다.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의 개인 정보를 활용해 가입했기 때문에 구매자는 가해 학생의 개인 정보를 알아낼 수 없다.

 

당국은 "개인의 신분을 증명하는 수단인 인증번호를 타인의 의사에 반해 획득하고 사용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전기통신사업법, 전자서명법 위반으로 명백한 범죄"라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친구나 선배 등이 인증번호를 요구한다면 학교폭력 상담센터(117)로 즉시 연락해야 한다며, 학교에 가지 않는 여름 방학 때 사이버 폭력이 늘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학교에서는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지인의 얼굴을 음란 영상에 합성하는 등 사이버 폭력도 늘고 있다.

 

최근엔 인공지능(AI)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기존 영상물에 특정 이미지를 삽입하는 '딥페이크 범죄'도 기술 발달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기존엔 얼굴만 영상에 합성됐다면, 이제는 표정과 미세한 근육 움직임까지 딥페이크로 구현이 가능하다.

 

이에 지인이 정말 영상에 나온 것처럼 가짜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어 법적 규제도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