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에 반대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복권을 두고 당정이 충돌하는 것은 흔치 않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총선 때부터 갈등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소통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시각과 함께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기싸움 성격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당장은 양측 모두 정면충돌을 피하고 있지만, 채 상병 특검 등 추가적인 뇌관이 있어 당정 간 파열음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韓 견제하는 尹, 尹과 차별화 꾀하는 韓?
김 전 지사 복권을 둘러싼 당정 엇박자를 두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김 전 지사 복권을 통해 여야 모두에 파열음을 내고, 정국 주도권을 쥐려고 한다는 것이다. 야권 내에서 김 전 지사가 비명(비이재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대권 주자로 발돋움한다면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와 한 대표 모두에게 껄끄러운 상황이 될 수 있다.
◆당정 충돌 조짐… 전면전 가능성은 작아
한 대표가 김 전 지사 복권을 반대하는 것을 두고 당내에서는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불편한 기류가 감돈다. 한 친윤계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국민 통합 차원에서 대통령이 여러 종합적 판단을 하고 내린 결정을 존중하는 게 예의가 아니겠냐”면서 “의견 개진이야 할 수 있겠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이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원조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불린 5선 권성동 의원도 한 대표의 반대 의사가 언론 등을 통해 노출된 점을 비판하며 당정 갈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다만 김 전 지사 복권 문제로 당정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기류가 감지된다.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최종 결정권은 대통령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복권이 결정된 이후에 여당에서 계속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의원 외에는 그동안 한 대표 체제에 불만을 표시해온 친윤계 핵심 의원들도 “특별히 할 말이 없다”, “잘 모르는 사안”이라며 확전을 경계했다.
◆‘껄끄러운’ 尹·韓, 갈등 불씨는 여전해
그럼에도 앞으로 크고 작은 당정 간 불협화음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김 여사 문제 등을 두고 윤 대통령과 부딪쳤던 것처럼 ‘윤·한 갈등’이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MBN에 출연해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이) 인간적인 껄끄러운 관계가 형성됐다고 다들 알고 있기 때문에 한 대표가 강하게 의견을 피력하는 게 걱정스러운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 대표 취임 이후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 교체 문제로 한 차례 당내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이 휴가 기간 정 전 정책위의장의 지역구인 경남 통영을 찾으며 한 대표에게 불편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해석도 나왔다.
한 대표 취임 이후 사실상 중단 상태인 정례 고위당정협의회에도 이목이 쏠린다. 지난해 10월 이후 대통령실, 정부, 여당은 고위당정을 매주 1회로 정례화하기로 했지만 이날로 3주째 열리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지난주까지 주말에도 계속 필리버스터가 있었고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와 관련해 고위당정협의를 했던 데다 소상공인 등 현안에 관해서도 계속 (당정이) 협의했기 때문에 건너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18일 고위 당정 개최 여부에 대해서는 “그때 가서 봐야 한다”며 확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