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근대5종 성승민 "잊지 못할 동메달, 4년 뒤엔 금메달로 염색!"

베르사유 궁전서 금발 휘날리며 레이스…여자 아시아 선수로 첫 메달 획득

"잊지 못할 저의 첫 메달, 4년 뒤엔 금메달로 염색할게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을 넘어 아시아 여자 근대5종의 새 역사를 쓴 성승민(21·한국체대)은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에서 더 높은 곳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근대 5종 성승민이 11일(현지시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근대5종 여자 결승전에서 동메달을 딴 뒤 시상대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성승민은 11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마련된 근대5종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부 결승 경기에서 출전 선수 중 3번째로 높은 1천441점을 기록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성승민의 동메달은 아시아 여자 근대5종 선수가 올림픽에서 따낸 첫 메달이다.

경기 뒤 기자들과 만난 성승민은 마지막 질문에 답할 때까지 내내 메달을 두 손으로 꼭 쥐고 있었다.

그는 "일단 뭐든 처음이라는 게 중요한데, 이렇게 최초로 메달을 따서 더할 나위 없는 것 같다"면서 "손에 쥔 느낌이 너무 좋다.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익살스럽게 "만져볼래요?"라며 메달을 내밀어 보이기도 했다.

펜싱, 승마, 수영, 육상, 사격을 하루에 다 소화해야 하는 근대5종은 훈련이 매우 혹독하다.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새벽에 레이저런(육상+사격), 아침에 수영, 낮에 승마, 펜싱 훈련을 하고 밤에는 별도로 웨이트 트레이닝하는 살인적 스케줄을 매일매일 소화했다.

근대 5종 성승민(오른쪽)이 11일(현지시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근대5종 여자 결승전에서 동메달을 딴 뒤 시상대에 올라 메달리스트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성승민은 "육상이 제일 하기 싫었다. 매일 숨이 차도록 열심히 뛰었다"고 돌아봤다.

그렇게 열심히 훈련했기에 레이저런에서 펄떡이는 심장을 억누르고 사격에서 한 발 한 발을 과녁에 적중시킬 수 있었다.

이날 결승선을 통과한 직후, '아 동메달이다'라는 생각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고, 곧이어 '아 정말 힘들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고 한다.

그의 뒤를 이어 8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한 선배 김선우(경기도청)가 일으켜 세우며 '이제 메달을 즐겨!'라고 말하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는 성승민이다.

성승민은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승마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장애물을 여러 차례 지나치는 등 고전한 끝에 승마 점수를 따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승마에서 300점 만점을 챙겼다.

성승민은 "그간 승마 교관님이 저를 집중적으로 도와주셨다. 승마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승마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근대5종에서 사라진다. 2028 LA 올림픽부터는 다양한 장애물을 통과하는 장애물 레이스로 대체된다.

성승민은 "선수니까 바뀌는 대로 적응을 해야 한다. 장애물도 열심히 할 예정"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성승민은 머리 색깔을 자주 바꾼다. 이번 대회에는 '금빛'으로 염색하고 임했다.

4년 뒤에는 더 강한 선수가 돼 메달도 금빛으로 바꿔보겠다고 성승민은 다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