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은 말이 없다” 전기차 배터리 공개에 침묵하는 수입차 업계

BMW, 수입차 중 유일하게 배터리 제조사 공개 전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로 소비자 불안이 커진 가운데 현대·기아차가 배터리 제조사 공개에 나섰다.

 

반면 중국에서 생산되는 벤츠, 볼보 등 수입차 업체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폴스타는 중국산과 국산 배터리를 혼용해 사용한다.

 

12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홈페이지를 통해 현대차 10종과 제네시스 3종 등 총 13종의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의 제조사를 앞선 10일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벤츠 전기차 화재 이후 배터리 제조사 관련 문의가 쇄도하자 선제적으로 정보를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공개 대상인 현대차 모델은 현재 단종된 아이오닉을 포함해 아이오닉5·6, 코나 일렉트릭, ST1, 캐스퍼 일렉트릭, 포터 EV 등이다.

 

코나 일렉트릭에는 세계 1위 배터리업체인 중국 CATL의 배터리가 탑재됐으며, 나머지 9종에는 국내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 또는 SK온의 제품이 장착됐다.

제네시스 전기차인 GV60, GV70·G80 전동화 모델의 배터리 제조사도 공개됐다. 이들 차종에는 모두 SK온 배터리가 탑재됐다.

 

같은 그룹의 기아도 조만간 비슷한 방식으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할 전망이다. 또 조선일보에 따르면 BMW도 홈페이지에 모든 전기차에 들어간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가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현대차를 포함한 완성차 제조사들은 사고 책임 부담과 영업 기밀 등을 이유로 해당 정보를 공유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특히 저가에 낮은 품질 인식이 강하고 이번 전기차 화재의 중심에 선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수입차 업계는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

 

화재로 인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에 더해 중국에서 차를 조립하고 배터리까지 중국산을 사용하면서 품질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BMW를 제외한 수입차 업계에서는 정면 돌파를 선택한 국내 업체와 달리 “조용히 넘어가자”는 분위기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숨긴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정부는 내년 배터리 제조사 전면 공개를 추진 중이다.

 

일부 수입차 브랜드는 “배터리 제조사는 비공개가 원칙이라 본사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제조사를 공개해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현행 자동차관리법의 시행령이나 규칙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동차 회사들은 차량을 출시할 때 차량의 크기, 무게, 출력, 연비 등 다양한 정보를 공개하는데 차량 관리법 수정으로 쉽게 배터리 제조사 공개가 가능하다.

 

한편 이번 전기차 화재 후 전기차 매물이 쏟아져 중고차 가격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기준 중고차 거래 사이트 케이카(K Car)에 따르면 청라 벤츠 사고 이후 7일까지 일주일 새 접수된 전기차 매도 희망 물량은 직전 일주일(7월 25~31일)에 비해 무려 184%나 증가했다.

 

K카 관계자에 따르면 차량 대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 가운데 화재가 발생한 벤츠 EQE 시리즈 모델이 10% 정도로 알려졌다.

 

이처럼 매물이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중고 전기차 가격은 브랜드 구분 없이 내려가는 추세다. 엔카에 따르면 이달 중고 전기차는 전월 대비 최소 1.97%에서 최대 3.36% 정도 하락했다.

 

이런 상황 전기차 수요마저 둔화해 자동차 업계는 현 상황이 장기화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